“이유리 선배가 제 롤모델이예요. 강한 얼굴과 귀여운 매력이 공존해 정말 좋아하는 배우거든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연기 진짜 잘한다’는 생각을 해요. 저 역시 오랫동안 꾸준히 이 길을 걸어서 그런 자리에 올라섰으면 좋겠어요. 같이 연기한다면요? 저야 영광이죠. 상상만 해도 정말 떨려요. 하하.”
배우 이혜란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10년 뒤 기대하는 모습을 물었을 때 바로 ‘이유리’란 이름 석자가 나올 정도로 팬이라 했다. 또한 롤모델의 강점을 배우는 것이 목표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좀 더 많이 고민하면서 배워나가고 싶어요. 힘을 빼고 여유롭게 연기하기 위해서 책도 많이 읽고 사람들도 여러 번 관찰하려고요. 쉴 때도 절 개발할 수 있는 것들에 도전하는 편이에요. 준비가 되어있다면 기회가 올 때 더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테니까요.”
이혜란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영화 <다시, 봄>에서 이청아, 김인권과 호흡을 맞춘 소감과 배우로서 방향성 등에 대해 소탈하게 털어놨다.
■“친언니 같던 이청아, 조언도 많이 도움돼”
이청아와는 첫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굉장히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친언니 같았어요. 처음 봤는데도 오래 본 언니처럼 느껴질 정도로 친근하게 먼저 다가와주더라고요. 제 모니터링도 해주며 화면에서 더 돋보일 수 있는 조언도 해줬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극 중 소속사 계약을 잘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수 ‘세아’로 분해 계약을 강요하는 사장 역의 김인권과 합도 맞췄다.
“사실 제일 아쉬운 장면이에요. 제가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주어진 틀을 못 깬 것 같거든요. 김인권 선배는 여유롭게 애드리브도 잘 쳤는데, 제가 부족했죠. 그럼에도 절 잘 챙겨주고 도와주려 한 김인권 선배께 정말 감사해요. 꼭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싶었던 배우인데, 이번에 함께하게 돼 즐거웠어요.”
영화 속 ‘타임슬립’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세아’처럼 예전 소속사 문제로 2년 정도 연기를 쉰 적이 있었어요. 만약 타임슬립할 수 있다면 그때로 다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요. 물론 그 경험이 좋은 점도 선물하긴 했죠. 사람을 무턱대고 믿는 게 아니라 조심하게 됐거든요. 사람 보는 눈이 생긴 계기가 됐어요. 하하.”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 되고 싶어요”
2년의 방황 끝에 다시 시작한 연기다. 이전보다 더 여물어진 만큼 목표도 확실해졌을 터다.
“주어진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는 색깔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눈에 튀는 것보다, 작품에 잘 묻어나는 배우가 된다면 오래 연기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아서 그럴까. 30대 출발선을 넘은 것 역시 환영한다는 그다.
“전 나이를 먹는 게 참 좋아요. 20대보다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역들이 더 많아졌거든요. 또 나이가 들면서 연기적인 스펙트럼도 넓어지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먼 미래의 큰 목표보다 ‘오늘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고도 귀띔했다.
“지나간 건 잊고 지금을 즐기려고 해요. 그리고 주변 사람도 잘 챙기려 하고요. 특히 부모님에겐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소엔 철없고 애교도 없는 딸인데, 요즘 들어 부모님이 나이 드는 게 보이더라고요. ‘후회하기 전에 더 잘해드리자’며 다짐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