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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성공할까… ‘그리스’ 화려함은 만족, 안정감은 글쎄?

새 단장을 마친 뮤지컬 <그리스>가 돌아왔다. 이전 명성 그대로의 만족감, 그 이상을 안길 수 있을까.

뮤지컬 <그리스>는 여름 방학이 끝난 라이델 고등학교에서 재회하게 된 대니와 샌디의 사랑이야기를 주축으로 10대들의 꿈과 열정,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새로운 자유를 표방하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로큰롤 문화를 소재로 해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넘버들로 유명하다. 더불어 1978년 당시 청춘 스타였던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받아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초연 후 2500회가 넘게 공연을 이어오며 사랑받아 왔다. 지금은 유명배우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조정석, 이선균, 오만석, 엄기준, 강지환, 주원 등을 배출한 ‘스타 등용문’으로 꼽힐 정도다. 그런 <그리스>가 2019년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예고했다. 오디컴퍼니가 새롭게 제작하는 2019년 <그리스>의 주 콘셉트는 ‘뉴트로’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이번 <그리스>는 ‘세련된 복고’의 매력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그리스> 제작진은 무대 연출부터 음악까지 전면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는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뮤지컬 <그리스> 프레스콜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무대는 대극장에 맞게 제대로 힘을 준 모습이었다. 대규모 세트는 물론 전면에 LED 화면을 배치해 복고 스토리와 트렌디한 소재들을 엮어냈다. 그전까지 엠알(MR)로 진행됐던 넘버들은 락앤롤에 팝을 가미한 편곡을 거쳐 라이브 연주로 진행됐다. “젊은 크리에이티브팀과 더 세련되고 재기발랄한 ‘쇼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는 신춘수 대표 프로듀서의 말대로 새로워진 <그리스>는 유쾌하고 발랄했던 매력에 화려함과 풍성함을 더했다.

새 얼굴, 새 각오로 시작하는 <그리스>기에 출연 배우들의 열정도 남달랐다. 25세의 낮은 평균연령을 자랑하는 <그리스> 출연진들은 무대 위를 풋풋하지만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웠다. 실제 미국의 ‘틴에이지 무비’를 보고 있는 듯한 비주얼부터 각 캐릭터의 매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퍼포먼스 소화력까지 ‘청춘’의 열정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그러나 ‘스타 등용문’을 자처하는 작품인 만큼 아무래도 원숙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대작 뮤지컬 관람시 느껴지는 안정감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정한 연출이 “작품 자체와 배우들 모두 ‘성장’의 과정에 충실했다”고 전한 부분은 프레스콜에서는 ‘어설픔’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배우들 중 유일한 ‘스타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니 역 정세운의 이날 하이라이트 넘버인 ‘섬머 나잇(Summer Night)’ 시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섬머 나잇’은 영화나 뮤지컬 <그리스>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 정도의 크게 사랑받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곡이다. 그러나 앞선 B형 독감 투병의 여파인지 정세운은 빈약한 성량으로 다소 우려되는 모습을 보였다. 프레스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B형 독감이 완치돼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이어질 본 공연에서는 객석을 뒤흔들 무대를 선보일지 시선이 모인다.

그럼에도 <그리스>가 8월의 공연까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간다면 밝은 앞날을 기대해 볼만하다. <그리스> 자체가 무거운 서사나 연출을 무기로 삼는 대작이 아닌 ‘팝콘 무비’와 같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쇼뮤지컬을 지향하는 만큼, ‘뉴트로’ 전략이 맞아 떨어진다면 ‘신(新) <그리스>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1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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