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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유럽 배구 이식시키는 라바리니…“변화는 공격 그리고 블로킹에서”

2019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을 앞두고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공개훈련에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한 선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있다. 진천 | 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 외인 감독으로는 처음 부임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0)이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노리는 대표팀에 새로운 배구를 이식시키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라바리니 감독은 16일 훈련을 언론에 공개한 자리에서 “선수들이 좋은 능력을 갖고 있지만, 더 강한 팀, 피지컬이 좋은 팀을 상대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번 대회를 통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7일 한국에 입국한 뒤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과 만나 호흡을 맞춰왔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1월말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으나 자신이 겸임하고 있는 브라질 클럽팀 일정 때문에 그간 한국 선수들을 직접 조련하지 못했다. 라바리니 열흘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직접 바라본 선수들에 대해 “영상에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 간에 기술 차이는 있었다. 현재는 같이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개인 공격 능력은 좋다. 시간차를 두는 것, 방향 틀어 때리는 공격, 손목을 꺾어 공격하는 스킬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수비를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선수들이 블로킹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수들도 라바리니 감독의 주문에 생소함을 느끼면서도 조금씩 맞춰가고 있다. 이번 훈련에서 대표팀 주장을 맡은 센터 김수지(32·IBK기업은행)는 “공격력을 강조하신다. 훈련할 때는 집중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공 하나를 때리는 데도 생각을 많이 하게끔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전 감독님들은 잘 안되는 부분을 보완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라바리니 감독님은 공격을 강조하고 준비한 플레이를 조각을 맞추는 듯 훈련하는 게 다르다”고 말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7년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정대영(38·한국도로공사)은 “처음에는 우리가 하던 배구와 감독님이 생각하는 배구가 달라 힘들었다”면서도 “우리도, 감독님도 조금씩 맞춰가면서 잘 적응하고 있다. 파워풀한 배구, 센터의 경우 상대 공격수를 열심히 쫓아가는 배구를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세터 이다영(23·현대건설)은 “유럽 배구, 공격적인 배구를 강조한다”며 “국내에서는 특정 선수를 활용한 플레이, 또는 패턴 플레이를 강조한다면 라바리니 감독님은 조금 더 양 사이드를 활용한 과감한 토스, 보다 많은 선수가 공격에 참여하는 플레이를 주문하신다”고 했다.

이런 차이를 적응하는 게 감독 입장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8일 국내에 입국한 김연경(31·엑자시바시)과의 대화를 통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김연경은 해외배구의 흐름도, 한국배구의 현실도 많이 알고 있다”며 “김연경의 얘기를 통해 둘 사이의 간극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김연경이 선수들에게도 세계 배구의 흐름과 나의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임박한 VNL에 이어 도쿄 올림픽 티켓을 얻기 위한 예선을 치르게 된다. VNL에는 김연경이 전체 5주 일정 중 3주차부터 합류하는 등 주요 선수들이 제한적으로 참여한다. 대표팀은 VNL을 올림픽 예선을 앞둔 전초전으로 삼고 서로 손발을 맞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이 적잖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일단 있는 선수들에 집중해서 앞으로 좋은 결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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