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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비워도 뺏기는 ‘내 자리’…정글 같은 KT 생존 경쟁

KT 이대은. KT 위즈 제공

잠시만 비우면 자리가 사라진다. KT에서는 누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18일 “이대은을 당분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올시즌 KT에 입단해 국내 1선발 역할을 기대받은 이대은은 팔꿈치 통증으로 약 한 달 공백을 가진 뒤 지난 12일 SK전에서 복귀했다. 팔꿈치 부상에서 막 벗어난 몸 상태와 불펜 상황을 고려해 중간계투로 투입된 이대은은 2경기에서 각각 4이닝과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투구를 했다. 훨씬 안정적인 ‘계투 이대은’의 모습에 KT의 불펜 구상이 바뀌고 있다.

KT는 2016년부터 우완 김재윤을 마무리로 고정해왔다. 그러나 김재윤이 지난 4월 어깨 부상으로 재활에 들어가면서 좌완 정성곤이 마무리를 맡았다. 정성곤은 개막후 총 30경기에 등판해 2승3패 8세이브 7홀드를 기록중이다. 김재윤의 공백을 매우 잘 막아냈으나 최근 피로도가 높아져 실점이 잦자 지난 14일 삼성전 등판을 마지막으로 닷새 휴식을 받고 있다. 그 사이 이대은이 돌아오더니 불펜에 합류해 마무리를 넘보고 있다. 이대은이 선발로 복귀하면 투입되려던 순서에는 우완 김민수가 나선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선발 후보로 경쟁했던 김민수는 최근 필승계투조에서 맹활약했다. 김민수는 2~3차례 선발 등판 기회를 얻게 된다. 김민수가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주면 또 자리를 차지하고 이대은은 뒷문에 고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잠시 비운 사이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낚아채는 상황은 올시즌 KT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대은 역시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배제성에게 선발 자리를 내줬다. 쿠에바스와 이대은이 동시에 빠진 틈에 대체선발로 투입됐던 배제성은 상대 외국인 에이스들과의 선발 맞대결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호투를 이어 아예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됐다. 배제성이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잘 던지고 있어 KT는 부상에서 복귀한 이대은을 선발로 돌릴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해야 하는 것은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내야 포지션을 놓고 개막 이후에도 이어진 KT의 가장 큰 고민은 유격수였다. 개막 직후에는 3루수 황재균을 유격수로 출전시켰지만 여의치 않자 심우준을 투입했지만 반복되는 실책으로 내야 수비 불안을 겪었다. 그러다 4월말 강민국이 등장했다. 지난 시즌 뒤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은 강민국은 1군 경력이 많지 않음에도 매우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며 5월 한 달 거의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그 사이 절치부심 한 심우준이 타격 폼과 마음가짐을 새로 한 채 돌아왔고 현재는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주전 유격수가 됐다.

1루수 자리도 마찬가지다. 윤석민이 부진으로 2군에 간 이후 오태곤이 맡았으나 타격 부진 속에 5월30일 SK전에서는 번트를 시도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이후 오태곤이 2경기를 쉬는 사이 박승욱이 등장했다. 5월20일 트레이드를 통해 SK에서 KT로 이적한 박승욱은 원래 유격수와 2루수 전문이지만 고민 끝에 투입된 1루 수비를 거뜬히 소화했다. 이후 KT 1루수로는 거의 박승욱이 선발 출전하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팀을 재정비해 안정적인 밑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을 취임 첫해인 올시즌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4년보다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마운드의 틀을 잡고 라인업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조각을 맞추며 올시즌 이후까지를 그리고 있다. 대체 선수가 공백을 잘 메워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은 최근 KT가 상승 흐름을 탄 원동력이기도 하다. 올해 KT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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