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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여름철종별선수권]셔틀콕으로 전하는 사랑…다섯 아이가 전국대회에 출전한 사연

제62회 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중·고등부 선수들이 19일 전남 영암실내체육관에서 개인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지난 17일 전남 영암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2회 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자중학부 개인전 1라운드에서는 한 선수가 유니폼 규정을 위반해 적발됐다. 주최측이 이를 지적하자 선수의 보호자가 나서 규정에 맞는 경기복을 착용하지 못한 사정을 설명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부천동중학교에 재학중인 3명의 선수들이다. 배드민턴부가 없는 학교에 다니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대회에 출전하게 된 이 학생들은 부천의 한 보육원 출신이다. 선수들을 데리고 대회에 참가한 이는 항공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이옥련씨다. 보육원을 후원하다 이 아이들을 지원하게 됐다.

보통의 아이들은 방과후 집으로 혹은 학원으로 가지만 보육원 아이들은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방황하기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아이들에게 배드민턴을 배우자고 권유했다. 선수 출신인 지인에게 재능 기부를 부탁했다.

어깨가 축 처져있던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눈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힘이 생긴 이씨는 아이들에게 선수들과 겨루는 대회를 경험시키고자 사비를 털어 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부천 양지초등학교에 다니는 2명을 포함해 총 5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장흥과 영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아이들이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든 것은 선수 등록 과정이었다. 법적인 보호자가 없어 아이핀을 발급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학교에서조차 보육원 아이들이라는 편견 때문에 등록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출전했지만 정식 선수단이 아니다보니 대회 유니폼 규정을 지킬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사정을 모두 듣게 된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들은 술렁거렸다. 심판위원장과 논의 끝에 규정 위반에 따른 벌금을 면제해주고 정식 유니폼을 후원받을 수 있도록 제작업체와 연결시켜주었다. 합동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부천과 가까운 수원 매원고와 광명북고 배드민턴부와 연결해 매주 토요일에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로 했다. 협회는 정식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조보익 한국중·고배드민턴연맹 회장은 사비로라도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주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아이들은 아직 배드민턴 선수를 꿈꾸며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선수들과 대결할 실력은 되지 않는다. 언제나 주눅든 채 살았던 터라 자신감도 부족한 아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1회전에서 탈락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배드민턴을 통해 웃음을 찾은 아이들은 대회를 통해 희망을 안고 돌아갔다.

이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이번에 협회와 중고연맹에서 해주신 배려에 그동안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싹 가셨다. 아이들에게도 자신감을 갖자고 말했다”며 “올해 1년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팀을 운영해서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회를 마치고 아이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우리 전국대회 1승을 목표로 계속 도전해보자’고 약속하며 모두 끌어안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모두가 마음이 찡해졌다”며 “아이들이 배드민턴을 통해 밝아지고 생활의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협회도 최대한 돕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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