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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 만에 트로트 앨범 19년 ‘장터 지킴이’ 김종하 “데뷔 30주년 버킷 리스트, 상인분들 응원할 책도 쓸 거예요”

개그맨 출신으로 KBS1 ‘6시 내 고향’ 리포터를 거쳐 최근 트로트 앨범 ‘아싸 아리랑’을 발매한 가수 김종하.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바짝 올려붙인 머리에 꼬불꼬불 내린 ‘애교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방송인 김종하에게는 또 하나의 별칭이 더 있다. 바로 ‘장터 지킴이’, 1989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가 전체경력의 3분의 2에 달하는 19년 동안 열정을 쏟아부은 곳이 바로 전국 700여개의 전통시장이다. 그는 KBS1 <6시 내 고향>의 장터 전문 리포터로 전국을 누비며 우리 이웃들의 살아있는 지금을 전했다. 그 덕분에 장터 상인들 뿐 아니라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친근한 얼굴이 됐다.

그런 그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야심찬 계획을 준비했다. 하나는 10년 만에 트로트 가수로서 앨범을 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장터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을 통해 자영업자들을 응원하는 책을 쓰는 일이다. 그는 ‘촛불잔치’를 불러 유명한 작곡가 이재성에게 곡을 받아 지난 3월 신곡 ‘아싸 아리랑’을 냈다. 힘들고 괴로워도 힘을 내자는 노래 가사 자체가 그가 19년 장터를 누비며 체득한 삶의 진리였다. 그는 이제 조금씩 장터를 벗어나 더욱 넓은 무대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 어떻게 해서 가수에 도전하게 됐나.

“원래 10년 전에 받은 노래였다. 남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면 곧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시작했다. 당시 ‘시장 트위스트’라는 노래를 냈는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노래를 감정을 넣어서 하려니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10년 동안 수시로 연습을 하면서 가수로서 기량을 닦았다. 그 당시 노래로는 활동을 하지 않아 이번 ‘아싸 아리랑’이 내 가수로서의 데뷔곡과 같다. 작곡을 해준 이재성 형이 그러더라. ‘우리는 크던 작던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니까 노래를 할 때도 가볍게 하지 말라’고. 치유를 노래하고 있지만 무대에 오르면 오히려 내가 치유를 받는 느낌이다.”

개그맨 출신으로 KBS1 ‘6시 내 고향’ 리포터를 거쳐 최근 트로트 앨범 ‘아싸 아리랑’을 발매한 가수 김종하.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 노래 ‘아싸 아리랑’을 소개해 달라.

“우리가 보통 일이 잘 풀릴 때 추임새로 ‘아싸’라고 하지 않나. 아무리 힘들고 슬퍼도 ‘아싸’하고 넘어가자는 이야기다. 아직은 홍보하는 단계이지만 혼신을 담을 수 있어 좋고 주변의 반응도 생각보다 좋다. <6시 내 고향>을 통해 19년을 방송했다. 갖은 경험을 다 한 나의 상황과도 같아서 더욱 더 몰입을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 시장을 다니면서 강연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

“보통 <6시 내 고향> 촬영을 시장으로 가면 초반 분량을 좀 찍고 나서 시간이 있다. 그러면 상인분들을 찾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좋은 이야기를 들으며 메모하게 된다. 그러다 시장을 담당하시는 한 교수님이 추천을 해주셔서 2011년부터 시장을 다니며 강연을 시작했다. 8년 동안 140회 정도 됐다. 작게는 상인회 사무실에서 몇 명을 모시고 할 때도 있고, 큰 규모로는 200~300분을 모시고 할 때도 있다.”

- 장터를 누비며 얼마만큼 삶이 바뀌었을까.

“아버지, 어머니께서 어린 시절 장사를 하셨다. 서울 청진동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다가 전북 부안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 왔다. 그때 부모님께서 성호시장, 모란시장에서 상인으로 계셨다. 그래서 상인분들을 대하는 일을 허투루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처음 방송을 통해 시장을 다닐 때는 신기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처음과 다르게 방송을 해야 하고 세 번 가는 시장도 늘어나자 ‘매너리즘’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 처음에는 단순히 상인 분들을 소개하는 수준이었지만 나중에는 함께 도울 일을 체험했다. 내가 아무리 방송을 고되게 하더라도 평생을 한 그 분들에 비할 수 있을까. 방송을 통해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고 사명감이 생겼다.”

개그맨 출신으로 KBS1 ‘6시 내 고향’ 리포터를 거쳐 최근 트로트 앨범 ‘아싸 아리랑’을 발매한 가수 김종하.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 언제까지 장터를 누빌 수 있을까.

“요즘 <6시 내 고향>의 구성이 조금 바뀌어서 출연이 줄고 시간이 났다. 그래서 준비했던 노래를 들고 전국 각지에 갈 수 있게 됐다. 마침 데뷔도 30주년이 돼 강연을 한 내용들을 모아 책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언제든 시장을 찾을 수 있다. 되도록 자주 만나고, 뵙고 싶다.”

- ‘장터 전문 리포터’라는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지는 않았을까.

“너무 한 곳에 오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사실 아버지, 어머니들 사이에서는 아이돌이지만 저를 모르는 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6시 내 고향> 출연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OBS <심형래의 별별장터>에 나서기도 하고, 원래 했었던 드라마 연기도 도전하고 있다. 이번에 준비하는 노래와 책을 통해서도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다.”

- 장터를 누비다보니 가족들과 자주 볼 시간이 없을 듯한데.

“방송할 때도 바빴지만 노래 홍보를 하니 더 바빠졌다. 딸이 지금 스물일곱이다. 한때는 촬영이 고되 아내에게 푸념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상대를 생각하고 미안하다고 껴안아주면 쉬운 일인 것 같다. 상인 어머님들이 그러시더라. ‘집사람에게 땡깡을 부릴 때가 가장 행복한 때’라고. 인생 다 별 것 없는 것 같다. 있을 때 건강을 챙기고 나누고 베풀면서 그렇게 살면 행복한 것 같다.”

개그맨 출신으로 KBS1 ‘6시 내 고향’ 리포터를 거쳐 최근 트로트 앨범 ‘아싸 아리랑’을 발매한 가수 김종하.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 갈수록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어려워지는 요즘인데.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위생에 있어서도 좋아지고 주차도 많이 확보된 곳이 많다. 서울시 상인연합회 홍보대사로 위촉돼서 여러 강연을 통해서도 ‘청결은 기본이며 시대의 흐름을 읽으시라’고 말씀을 많이 드린다. 대형마트가 많이 생겨 힘든 부분도 있지만 진심에서 나오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요즘은 젊은 상인들의 합류도 많아져 기대가 크다.”

- 지켜보는 분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그동안 전통시장에서 몸담을 수 있게 해주신 많은 어르신과 상인 분들께 감사드린다. 방송은 최근 좀 줄었지만 계획했던 30주년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이번을 기회로 가수로도 자리매김하고 싶고 힘을 드리고 싶다. 많은 상인 여러분들께도 ‘함께 뭉치고 하시는 일에 미치면 안 될 게 없습니다’라고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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