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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초등 국어독해 문제집의 효과와 한계

국어 불수능 여파 탓인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어 독해 문제집과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관련 질문을 받을 정도로 그 효과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부모들도 많습니다. 질문의 뉘앙스는 대체로 비슷한데 ‘아무래도 그냥 책을 읽는 것보다는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것이 언어능력 향상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어 독해 문제집은 그 형태가 국어영역 수능 대비 문제집과 유사합니다. 다른 점은 지문이 초등 수준이냐, 고등 수준이냐 정도입니다. 따라서 국어영역 수능 대비 문제집의 효과를 보면 초등 대상 국어 독해 문제집의 효과도 능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효과가 있다. 제한적으로’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수능 국어영역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학생의 언어능력 자체가 높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언어능력은 다양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고교 1년생이 수능 국어영역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 기출 수능 국어영역으로 테스트했을 때 80점 이상이고, 평소 내신 국어 성적이 다른 과목에 비해 높게 나왔다면 높은 언어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기출 수능 국어영역이 60점 이하이고, 내신 국어 성적도 다른 과목에 비해 낮다면 언어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출발점이 다른 두 학생이 수능 국어영역 대비 문제집을 이용해 1년 이상 공부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개 전자는 만점 가까이 성적이 오르는 반면 후자는 60~70점대에 그칩니다. 아무리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도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사교육 현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런 현상은 국어 독해 문제집 풀이의 효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수능 국어영역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본질적인 향상, 그러니까 수능 레벨의 지문을 읽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능력 향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본 언어능력이 높으면 최초의 문제 풀이 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적습니다. 80%는 이해가 되지만 20%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죠. 이 경우 전체 맥락은 스스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풀이 후 지문을 다시 들여다보고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힘들었던 세부적인 사항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 풀이 과정이 수능 레벨의 지문을 완전히 이해하는 과정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기본 언어능력이 낮으면 50%는 이해가 되지만 50%는 이해하기 힘든 형태가 됩니다. 전체 맥락 자체가 잘 잡히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 풀이 후 다시 들여다보고 설명을 들어도 지문을 완전히 해독할 수 없습니다. 문제 풀이 과정이 수능 레벨의 지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반복해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 독해 문제집 풀이는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그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독서입니다. 책의 세계 속으로 푹 빠지는, 재미있는 독서 말입니다.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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