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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세계수영] 모두의 간절함은 결국 한국 여자 수구의 역사를 만들었다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의 김예진이 16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경다슬의 첫 골이 터지자 조예림을 끌어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차이는 계속 벌어졌다. 그래도 경기장을 채운 관중들은 열렬히 응원을 보냈다. 선수들도 간절했고, 코칭스태프도 간절했고, 관중들 또한 간절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렸던 첫 골이 터진 순간, 뜨거운 환호성이 온 경기장을 가득 채웠고 선수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한국 여자 수구의 또 다른 역사가 완성되는 순간은 이렇게 짜릿하고 뭉클했다.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은 16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1-30(0-7 0-9 0-8 1-6)으로 패했다.

1차전 헝가리전(0-64 패)에 이어 다시 한 번 격차를 실감하는 대패였다. 하지만 그토록 기다려왔던 ‘첫 골’이 마침내 터졌다.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그토록 원했던 목표를 달성했다.

한국은 이날 헝가리전과는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였다. 헝가리전을 남겨둔 러시아가 무리하게 체력 소모를 하지 않으려고 적극적인 공세를 펴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모든 면에서 확실히 이전보다 나았다. 한국은 이날 30개의 슈팅을 시도, 41개를 던진 러시아와 비교해 크게 밀리지 않았다. 불과 이틀전 헝가리전에서 3개 밖에 던지지 못한 것과 크게 대비됐다.

헝가리전에서 경기 시작 2분만에 5골을 내줬던 한국은 이날 경기 시작 후 1분이 지나서야 파울로 인한 페널티스로로 첫 실점을 내줬다. 그래도 이후 대등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며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한국 여자 수구 사상 첫 슈팅 기록자로 남은 송예서(서울체고)가 첫 골 실점 후 15초만에 슈팅을 날려 반격하는 등 매서운 공격을 선보였다. 특히 1쿼터 종료 2분7초를 남기고 라이언 하나윤(서현중)의 강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자 관중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전반을 0-16으로 뒤졌지만, 선수들의 얼굴은 어둡지 않았다. 헝가리전에서 0-33으로 전반을 마친 것과 비교해 분명 나아졌다는 것을 선수들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쿼터에도 수 차례 러시아 골문을 위협하며 첫 골이라는 목표를 꾸준히 노렸다.

그리고 4쿼터 0-27로 뒤진 경기 종료 4분16초 전. 마침내 기다렸던 골이 나왔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경다슬(강원체고)이 회심의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혔다. 골이 터지는 순간,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모두가 울음을 터뜨리며 첫 골의 감동을 만끽했다. 이후 3골을 더 내주고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인사를 하러오자, 관중들은 헝가리전 때보다 더 많은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헝가리전에서 한국은 ‘역사에 남는’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이날 또 다른 의미로 역사에 남는 경기를 했다. 부랴부랴 급조한 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다시 해산될 이 팀은 모두의 간절함을 모아 2019년 7월16일 빛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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