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광주세계수영] 죽을만큼 힘들다는 ‘바다 위 마라톤’ 오픈워터 수영…반선재·이정민의 낯선 도전기

17일 전남 여수시 엑스포해양공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여자 5km 결승에 출전한 한국 반선재(왼쪽)와 이정민이 결승선에 들어와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거친 물살을 헤치는 선수들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자기 레인을 왕복하는 일반 수영과는 달리 선수들과 몸싸움까지 신경써야 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이 피부를 까맣게 태우는 가운데 독침을 쏘는 해파리를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바다 위의 마라톤’ 오픈워터 수영은 그야말로 ‘인간 대 자연’의 극한을 시험하는 종목이다.

오픈워터 수영은 바다 또는 강, 호수 등 대자연을 무대로 펼쳐진다. 대부분 선수가 주로 경영 출신인데,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요인이 워낙 많다 보니 경기력 뿐 아니라 자연 환경에 대한 적응력 또한 변수가 된다.

17일 전남 여수시 엑스포해양공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여자 5km 결승에 출전한 선수들이 힘차게 스타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짧게는 5㎞, 길게는 25㎞를 헤엄쳐야 한다. 최대 5시간 이상을 물에서 보내는 25㎞의 경우는 바다 위의 마라톤으로 극한의 체력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마라톤은 레이스 도중 물이라도 쉽게 마실 수 있지만, 오픈워터 수영은 그것도 쉽지 않다. 코칭스태프들은 약 5m 길이의 장대에 음료수를 매달아 선수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사고 위험도 도사린다. 2010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오픈워터 남자 10㎞ 경기에서는 미국의 프랜 크리펜이 탈수 증세를 참고 경기를 강행하다 익사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 오픈워터 수영 대표팀은 17일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오픈워터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여자 5㎞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 반선재(25·광주시체육회)는 1시간4분26초90의 기록으로 출전 선수 54명 중 46위에 자리했다. 이정민(23·안양시청)은 1시간4분47초00으로 48위에 올랐다. 브라질 여자 오픈워터 수영의 간판으로 57분56초0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마르셀라 쿤하와 큰 격차를 보였다.

17일 전남 여수시 엑스포해양공원에서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여자 5km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무한도전을 하고 있다. 오픈워터 수영 대표팀조차 없었던 한국은, 이번 대회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 자격을 얻으면서 지난 6월9일 선발전을 통해 남녀 각 4명씩 8명의 선수를 뽑았다. 모두 경영 선수 출신들로, 호기심과 도전 정신만으로 한 달 남짓한 훈련을 거쳐 대회에 나섰으나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다만 대회 참가와 더불어 경험을 쌓는데 주력한 만큼 얻어가는 것은 많다. 반선재는 “선수가 많다 보니 뒤로 쳐지면 앞에서 오는 물살이 더 세진다. 선발전 때는 경기하는 선수가 별로 없어서 편하게 했는데 오늘 해보니까 확실히 달랐다”고 했다. 반선재는 “초반부터 너무 뒤로 떨어져서 반환점을 혼자 돌면서는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정민(23·안양시청)은 격렬한 몸싸움에 놀랐다고 했다. 이정민은 “몸싸움이 심하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심했다. (준비 안된 상태로) 당하기만 했다”며 “많은 선수들이 한데 엉키는 상황도 잦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물 밖으로 나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오픈워터 수영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기 때문이다. 반선재는 “난 기회가 되면 또 나갈 생각이다. 힘들기는 하지만, 완주 하고 난 뒤 뭔가 뿌듯함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정민도 “앞으로 기회가 오면 또 도전해보고 싶다. 정말 생소한 종목이지마 우리도 저변만 더 확대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