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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올스타] 한동민vs 김현수, 명승부 불 붙인 역대급 MVP 경쟁

SK 한동민이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KBO 올스타전에서 MVP를 수상하고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창원 | 이석우 기자

역대급으로 치열한 ‘미스터 올스타’ 경쟁이었다.

한동민(30·SK)과 김현수(31·LG)가 2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보기 드문 MVP 매치를 벌였다. 드림올스타 6번 타자로 출전한 한동민과 나눔올스타 4번 타자로 나선 김현수는 서로 팀의 동점, 역전점수를 주고받으며 2019 KBO 올스타전을 명승부로 만들었다.

한동민이 선제 공격했다. 2회초 2사후 우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4회초 1사 1·2루에서는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려 주자 둘을 모두 불러들이고 2-0을 만들었다. 그 뒤 김현수가 나섰다. 4회말 정성곤(KT)의 시속 140㎞ 직구를 받아쳐 우월 2점홈런을 때려 2-2 동점을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9차례 올스타전에 출전했으나 23타수 3안타 2타점에 머물렀던 김현수의 생애 첫 올스타전 홈런이었다.

한동민은 멈추지 않았다. 드림올스타가 3-2로 앞서던 6회초 무사 1루에서 다시 좌월 2루타를 쳐 1루 주자 로하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드림올스타는 6회초에만 3점을 더 보태 6-2로 달아났다.

나눔 올스타는 7회말 반격했다. 호잉이 적시 2루타, 정은원이 밀어내기 볼넷, 김하성이 적시타를 쳐 5-6까지 따라붙었고 김현수가 타석에 섰다. 1사 만루에서 나선 김현수는 SK 좌완 김태훈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2·3루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7-6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김현수는 이때까지 4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이대로 승부가 끝나면 김현수의 생애 첫 올스타 MVP 수상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동민이 마지막 한 방을 아껴두고 있었다. 6-7로 역전당해 드림올스타의 패색이 짙어지던 9회초 1사 1·2루 마지막 타석에 나선 한동민은 고우석(LG)을 상대로 좌익선상에 2루타를 쳐 2타점을 올리고 8-7로 재역전시켰다. 이날 한동민은 2루타만 4개를 치며 5타수 4안타 5타점 2득점으로 ‘원맨쇼’를 펼쳤다. 이학주(삼성)의 추가 적시타로 드림올스타는 9-7로 달아났고, 9회말 2사후 다시 운명의 장난처럼 김현수의 타석이 돌아왔지만 1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한동민의 MVP 수상이 최종 결정됐다.

LG 김현수가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KBO 올스타전에서 우수타자상을 수상했다. 창원 | 이석우 기자

올스타 단골손님이지만 성적과는 인연이 없던 김현수는 드디어 홈런까지 치고 4타점을 올려 데뷔 후 최고의 올스타전을 만들었지만, 한동민은 2루타만 4개를 때려 역대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 2루타 신기록을 세우고 5타점을 올려 경쟁에서 승리했다. 김현수는 우수타자상을 수상했다.

한동민은 “현수 형이 경기 중에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엄지를 치켜세워줬다”며 “시즌 때는 내가 현수 형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올스타전이니까 ‘너 하라’고 준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뜨거운 경쟁을 함께 한 김현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당초 올스타로 뽑히지 못했지만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된 구자욱(삼성)을 대신해 추가 선발된 한동민은 “자욱이가 빨리 나으면 좋겠다. 마지막 타석에서 고우석 공이 워낙 좋아 헛스윙 뒤 ‘쳐야지’ 생각했는데 2루 베이스를 밟고 타점도 올린 순간 기분이 찢어졌다”며 “2루타에 비결이 있다면 누가 믿지도 않을 것이다. 돌렸는데 2루타가 나왔고, 4안타 친 적도 없는데 시즌 때나 좀 잘 치면 좋겠다”고 웃었다.

한동민은 더불어 자신의 2루타에 두 차례나 1루에서 홈까지 질주해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세이프, 타점 기록에 힘을 보태준 로하스(KT)를 향해 “폴더 인사를 했는데 부족한지 뭐라고 하기에 절까지 했다. 홈 경기든 원정 경기든 내가 먼저 찾아가 밥 한 번 사겠다”고 고마움을 전하며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는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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