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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인 자존심’은 맥길로이 대신 셰인 로리가,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 영광

디 오픈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셰인 로리가 21일 클라레 저그 우승컵을 번쩍 들며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가 컷탈락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제148회 디 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075만 달러)에서 셰인 로리(32·아일랜드)가 우승하며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33위 셰인 로리는 21일(현지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GC(파71·734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기록, 토미 플리트우드(9언더파 275타·잉글랜드)를 6타 차로 물리치고 우승상금 193만 5000달러(약 22억 7400만원)를 거머쥐었다.

3라운드까지 16언더파 197타를 쳐 플리트우드에 4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로리는 버디 4개, 보기 5개로 1타를 잃었지만 플리트우드도 버디 2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잃고 주저앉으면서 더 큰 차로 우승했다.

로리는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첫홀(파4)을 보기로 출발해 2위와 3타 차로 좁혀졌지만 이때가 가장 근접했던 순간이었다. 로리는 4번, 5번, 7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18언더파까지 치솟았고 플리트 우드가 보기 1개와 버디 1개로 합계 12언더파에 머물면서 6타 차까지 달아났다.

전반을 5타 차로 앞선 로리는 11번홀 보기로 플리트우드에 4타 차로 쫓겼으나 14번홀(로리 보기·플리트우드 더블보기)에서 1타를 더 벌린 뒤 15번홀(파4)에서 1.5m 짜리 버디 퍼트를 넣고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확신했다.

셰인 로리가 21일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장에서 열린 제148회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딸을 안고 그린 위로 달려나오는 아내 웬디 호너를 반갑게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리는 우승 퍼트를 마친 뒤 캐디 모 마틴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이어 딸 아이리스(2)를 안고 18번홀 그린으로 올라온 아내 웬디와 키스하며 포옹했고,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던 아버지와도 기쁨을 나눴다.

셰인 로리는 시상식에서 챔피언 트로피인 은제 주전자 클라레 저그를 들고 “캐디 마틴, 아내와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또한 모든 자원봉사자와 갤러리에게도 감사한다. 이 우승컵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인사했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땐 잠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유럽을 주무대로 활약하는 로리는 2015년 WGC 챔피언십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포함해 유러피언 투어에서 4승을 거뒀다. 2009년 더 3 아이리스 오픈에서 아마추어로서 우승한 뒤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로리는 2012년 포르투갈 마스터스에 이어 2015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다. 이후 우승하지 못했던 로리는 지난 1월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기세를 몰아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다.

이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16년 US오픈 공동 2위였다. 당시 로리는 최종라운드를 4타 차 선두로 맞았고, 후반 초반까지도 우승권에 있었으나 14번홀부터 3연속 보기를 범하며 최종라운드 76타로 무너졌던 뼈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3년 전의 실수를 로리는 반복하지 않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로리는 더욱 강해졌다. 68년 만에 북아일랜드에서 다시 열린 디 오픈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로리 맥길로이가 첫날 8오버파를 치고 컷탈락 한 이후 아일랜드 출신 셰인 로리가 우승하자 갤러리는 흥분했다.

아일랜드 북쪽에 위치한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해 있지만 국민들은 아일랜드인이라는 끈끈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로리 맥길로이도 아마추어 시절엔 아일랜드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했었다. 북아일랜드인들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는 국민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토니 피나우(미국)가 7언더파 277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는 6언더파 278타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올해 4대 메이저 대회가 모두 마감됐다.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했고, 브룩스 켑카가 PGA 챔피언십 2연패를 달성했다. 게리 우들랜드가 US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미국선수가 2019년 메이저 대회를 휩쓰는가 했으나 디 오픈에서 로리가 우승하며 유럽세의 자존심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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