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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치어리더’ 박기량 “롯데는 제2의 집…지든 이기든 팬들이 힘 주셨으면” (인터뷰X영상)

박기량 롯데 치어리더가 지난 10일 사직구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10일 롯데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박기량 치어리더(28)와의 인터뷰는 사실 성사가 어려울 뻔 했다.

이날은 박기량의 휴무일이었다. 차선책으로 ‘전화 인터뷰를 하자’는 제안에 박기량은 “전화는 예의가 아니니 직접 나가겠다”며 사직구장으로 출근했다. 롯데 치어리더로 11년을 뛴 박기량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 박기량은 대수롭지 않게 “아, 원래 쉬는 날에도 종종 나와서 후배들이 어떻게 하는지 봐주곤 한다”고 했다.

박기량에게 먼저 최근 SNS에서 화제를 모았던 ‘짤(주로 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을 언급했다.

지난 6월2일 사직 삼성전에서 유격수 신본기가 실책을 하자 치어리더 3명이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올시즌 롯데에 들어온 안지현은 크게 아쉬워하는 반면 박기량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장면은 ‘1년차, 2년차, 11년차’라는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 저도 봤어요. 되게 웃기더라구요.”

그 때 박기량의 진짜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저런 실수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아쉽다. 그래도 11년 동안 많은 실수를 봐왔고 안타까워해봤기 때문에 단련이 돼있다”고 했다.

처음 치어리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길거리 캐스팅’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제의를 받게 됐는데 그 땐 마냥 춤을 출 수 있다는게 좋았다. 박기량은 “‘여기서는 공짜로 춤을 배우는데 돈까지 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즐겁게 일을 했다. 처음에는 겨울 시즌에 프로농구, 프로배구에서 2년 동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9년 롯데 경기를 우연히 가게 됐는데 치어리더가 엄청난 수의 팬들 앞에서 응원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면접을 봤고 그 때부터 롯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롯데에 들어가자마자 ‘복덩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롯데는 2009년 정규시즌 4위로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상승 가도를 달렸다. 또한 총 관중 수 138만18명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달성했다. 처음에는 야구에 대한 룰도 모르고 마냥 좋아했던 박기량은 승패에 희비가 오가는 진짜 ‘롯데 팬’이 됐다.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는 2010년 준플레이오프였다. 1~2차전 승리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앞뒀던 롯데는 나머지 3경기를 내리졌다. 박기량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여서 놀라고 안타까워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하는 치어리더는 승부욕이 강해서 중요한 경기에 지면 자존심까지 긁히곤 했다”고 말했다.

박기량 롯데 치어리더가 지난 10일 사직구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2011년 박기량은 21살 어린 나이에 치어리더 팀장을 맡으면서 더욱 성숙해졌다. 그 때부터 박기량의 시선은 그라운드보다 관중석에 더 집중하게 됐다.

박기량은 “평일에 꾸준히 와주시는 팬들을 보면 정말 열정적이고 감사하다. 간혹 혼자 오시는 분들도 있다. 치어리더가 오가는 입구에 한 아주머니가 계신데 물어보니 혼자 지하철 타고 오시더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항상 오셔서 ‘우짜노’하면서 어머니처럼 보는 모습을 보면 팬들의 마음이 더 와닿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제 승패에도 초연하다. 박기량은 “항상 매 시즌 ‘우승하자’는 마인드로 시작한다. 그러나 부진할 때도 있지 않나. 그래서 마인드를 바꿨다. ‘매번 잘 할 수 없다. 다음에는 이것보다도 잘하겠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올시즌도 마찬가지다. 박기량은 “올해는 성적이 안 좋은 와중에도 찾아주시는 팬들이 있어서 더 고맙다. 야구장 왔을 때 ‘스트레스 풀리는 구나’라는 마음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경기 지는 건, 어쩔수 없지 않나. 이런 날이 있으면 또 저런 날도 있는 것이고”라고 했다.

이제 롯데는 식구같은 느낌이 든다. 사직구장만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는 “롯데는 나에게 제 2의 집이다. 내가 처음 했을 때 손아섭 선수가 신인이었다. 이런 선수들이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성장하는 모습을 봐왔다. 그러다보니 낯설지가 않다”고 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한 번도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길게 쉬어본 적은 최대 나흘 정도다. 3일째 쉬다보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먼 훗 날 해보고 싶은 건 팬으로서 야구장을 방문해보는 것이다. 그는 “마음 편히 맥주 마시면서 야구를 보고 싶은게 나의 로망”이라고 했다.

박기량 롯데 치어리더가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언제 그런 날이 올 지 모르겠지만 롯데 치어리더 팀장을 맡고 있는 지금만큼은 롯데에 모든걸 쏟아붓고 싶다. 박기량은 “롯데는 다른 팀 치어리더들도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어하는 팀이다. 롯데 치어리더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 남은 시즌도 이런 마음을 품고 응원 단상에 오를 계획이다. 박기량은 “선수들은 다치지 말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가장 힘든 건 선수들 것이다. 팬들이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 항상 그날 경기가 시즌 첫 경기라는 마음으로 팬들과 함께 응원하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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