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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분석] 날지 않는 공인구 나비효과…감독 운명까지 바꿔놨다

롯데 선수들이 지난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두산에게 패하고 나서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시즌 KBO리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뭐니뭐니해도 ‘공인구’의 변화다.

2018년 12월 21일. KBO는 리그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정 변경’을 발표했다. 규칙위원회를 거쳐 단일 경기 사용구(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낮추기로 결정했다. 기존 규정은 반발계수가 0.4134~0.4374 범위 안에 들어야 했는데 이를 0.4034~0.4234로 바꿨다. KBO는 공인구 반발계수를 하향 조정한 이유를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와 함께 지속되는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그동안 다소 높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발계수뿐만 아니라 공의 외형도 조금 바뀌었다. 기존보다 실밥의 높이는 낮아지고 넓이는 넓어졌다. 공의 지름도 1㎜ 커졌다.

바뀐 공이 리그에 미친 영향은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투타기록 지표가 극적으로 자리바꿈을 했다. 투수들은 강해졌고, 타자들은 약해졌다.

KBO리그는 전반기 477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476경기를 치렀을 때와 기록에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리그 평균 타율은 지난해 0.283에서 올해 0.268로 뚝 떨어졌다. 장타율의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0.443에서 0.388로 줄었다.

홈런 수의 변화가 가장 극적이다. 지난 시즌 476경기에서 홈런 1102개가 나왔는데 올시즌에는 477경기에서 홈런이 688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무려 38%나 급감했다. 홈런 타자들의 순위 경쟁도 맥이 빠진다. 개수 차이는 여전히 팽팽하지만, 홈런 숫자가 주는 압도감이 사라졌다. 50홈런은 커녕 40홈런 타자 배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그 투수들의 평균자책은 지난해 4.97에서 올시즌 4.28로 낮아졌다. 리그에 2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는 투수들이 7명이다. 지난해에는 두산의 조쉬 린드블럼(2.88) 한 명이었다.

공인구의 변화라는 외부요인은 리그의 순위 판도도 완전히 흔들었다. KIA와 롯데는 팀 전력상 타격에 대한 의존도가 큰 팀이었다. KIA는 지난해 팀 타율이 0.295로 두산(0.309)에 이어 리그 2위였다. 롯데 역시 홈런 203개를 때렸다. 팀 타율 0.289는 리그 4위, 팀 장타율 0.471은 리그 3위였다. 타격 의존도가 높은 두 팀은 이번 시즌 바뀐 리그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결국 전반기 동안 KIA 김기태 감독과 롯데 양상문 감독이 모두 물러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한화 역시 리그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화 불펜은 낮은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하며 장타를 억지하는 스타일이었다. 올시즌 공이 날아가지 않으면서 스트라이크 존 높은 쪽을 속구로 공략할 수 있는 스타일이 필요했는데, 한화 불펜은 이런 스타일의 투수가 별로 없었다. 땅볼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하지만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부상과 맞물리면서 어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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