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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을 잊은 롯데…감독·단장 사퇴만으로는 어림없다

롯데 선수단. 이석우 기자

롯데는 지난 19일 감독과 단장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모두 떠났다. 공필성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이어받은 가운데 23일에는 1군 코칭스태프가 대폭 물갈이 됐다.

감독 사퇴의 쇼크가 팀의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일단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팀의 방향성을 만들어갈 새 단장 후보군을 놓고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변화의 열쇠는 선수들이 쥐고 있다.

전반기를 10위로 마친 롯데는 타율 9위(0.257), 평균자책 10위(5.18), 실책 1위(75개), 도루 10위(50개) 등 공수주 모든 부문에서 바닥권에 있다. 이는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남긴 기록들이다.

롯데는 평균 연봉 1위 팀이다. 개막 전 KBO가 발표한 선수 등록 현황에 따르면 신인과 외국인을 제외한 선수단 평균 연봉은 1억9583만원으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SK(1억8142만원)를 앞질렀다. 10개 구단 평균 연봉인 1억5065만원과도 40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몸값은 치솟았지만, 절실함은 그와는 반비례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 시즌에는 프로 선수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만한 장면이 자주 나왔다. 이는 어쩌면 선수 구성의 구조적 문제 때문일지 모른다. 롯데는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확연히 큰 팀이다.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등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 이대호는 94경기에 모두 나갔다. 손아섭, 전준우는 2경기씩만 결장했다. 팀내 가장 많은 실책(11실책)을 기록한 신본기도 야수 중 4번째로 가장 많은 경기(89경기)에 나섰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1983년생 고효준은 왼손 불펜 부족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53경기에 나갔다.

몸값을 많이 받는 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현재 롯데에는 이들을 위협할 새로운 세력이 없다는게 문제다. 이같은 구도가 고착화될수록 주전 선수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이다. 비주전 선수는 격차를 인정한 채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다. 선수들 사이의 보이지 않은 ‘선의의 경쟁’이 존재하기 어렵다. 구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롯데는 휴식일에 자율 훈련을 하지 않는 팀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팀내 자연스런 경쟁이 자리잡은 두산의 경우는 선수 하나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그 자리를 금세 메운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빼앗길 수 있다’는 적정 수위의 긴장감이 클럽하우스에 녹아들어 있다. 선수층이 이상적인 구단 중 하나인 키움 역시 팀내 경쟁에 익숙하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조상우가 부상으로 빠진 동안 오주원을 투입해 성공했다.

9위 한화와 탈꼴찌 경쟁으로 전반기를 마감한 롯데는 잔여시즌 목표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내년 이후의 롯데를 위해서라도 롯데는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여야하는 ‘동기’부터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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