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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옛 스승과 재회…‘LG행’ 송은범 “머리부터 자르고 갑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송은범(35)은 지난 28일 대구 삼성전을 마친 뒤 동료들과 갑작스러운 작별을 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트레이드 사실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두번째 트레이드이기에 6년 전 SK에서 KIA로 트레이드 됐을 때보다는 덜 당황할 수 있었다. 선수단 버스를 타고 다음 3연전을 위해 수원으로 직행한 한화 선수들을 뒤로 하고 송은범은 택시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한밤중 대전에 도착해 짐을 챙긴 뒤 또 곧바로 서울로 이동했다.

28일 밤 한화에서 LG로 전격 트레이드 된 송은범은 “경기 끝난 뒤 들었다. 다들 잘 가라고 인사해줬고 (한용덕) 감독님도 ‘가서 잘 하라’고 격려해주셨다”며 “야구는 어디서 해도 똑같겠지만 갑자기 새로운 팀으로 옮긴다 생각하니 잘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트레이드 된다고 섭섭할 필요도 없고 새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해 가게 됐다니 가서 잘 하는 데만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LG가 1라운드 1순위 지명 출신인 사이드암 신정락을 내주고 송은범을 영입한 것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임이고 현재 좋은 구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야구에 대비한 승부수다. 송은범은 과거 SK에서는 선발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고 한화에서는 중간계투의 핵심으로 지난해 팀을 11년 만의 가을야구로 진출시켰다. LG는 현재 사이드암 신인 계투 정우영이 부상으로 빠진 당장의 공백을 메우고 불펜을 더 튼튼히 보강해 포스트시즌까지도 확실히 준비하기 위해 송은범을 영입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트레이드 발표 뒤 곧바로 “송은범은 좋은 투수다. 필승계투조로 쓴다”며 “화요일(30일)에 바로 등록시키겠다”고 송은범의 합류에 기대를 드러냈다.

송은범은 다시 야구를 잘 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낄 무렵 또 팀을 옮기게 됐다. LG는 야구인생 네번째 팀이다. SK 시절 막바지부터 KIA에 가서까지 보직을 확실히 잡지 못하고 깊은 부진에 빠진 송은범은 다시 야구를 잘 해보고자 한화를 선택했다. 자신이 야구를 가장 잘 했던 시절 스승이었던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에 FA계약을 맺어 입단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많은 비난도 받았지만 결국 지난해 절치부심 끝에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하고 최강 불펜 투수로 일어설 수 있었다. 한화 팬들에게 송은범은 애증의 선수다. 송은범은 “작년에 송진우·정민태 코치님 덕분에 변화하고 다시 잘 할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지켜봐주신 한화 팬들에게도 감사한 마음 갖고 계속 열심히 야구하겠다”고 말했다.

68경기에서 평균자책 2.50으로 대활약했던 지난해처럼 다시 잘 하고 싶은 송은범은 LG에서 또 한 번 옛 스승과 재회한다. SK에서 투수코치로, 2군 코치로, 재활코치로 긴 시간을 함께 하며 혼도 났고 많은 가르침을 받았던 최일언 투수 코치가 LG에 있다. 김광현과 함께 SK의 좌·우 원투펀치로 뛰던 시절 직구와 슬라이더만 거의 던지던 송은범은 2009년부터 커브를 장착해 ‘투피치’를 벗어났다. 최일언 코치는 당시 그렇게 안 되던 커브를 완성시켜준 스승이다.

송은범은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최일언 코치님과 통화했다. 딱히 다른 얘긴 안 하시고 머리 단정하게 자르고 오라고 하셨다”며 “‘작년에 이렇게 해서 야구 잘 됐다’고 했더니 ‘올해 안 되지 않느냐’고 하셔서 바로 ‘알겠습니다’ 했다. 머리부터 정리하고 잠실에 가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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