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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노쇼’ 논란이 가져다 준 질문 “올스타전 꼭 해야하나?”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가 유벤투스 선수단의 사정으로 지연된다는 공지문이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전이 존폐 기로에 섰다. 매년 여름철이면 선수와 팬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무대였던 올스타전이 몇년 사이 의미와 방향성을 잃은 채 돈벌이로 표류하고 있는 탓이다. 축구계 전체에 큰 충격을 남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노쇼’ 논란은 이제 ‘프로축구 올스타전을 꼭 해야 하느냐’는 본질적인 질문까지 던지게 만든다.

프로축구 올스타전은 1991년 동대문운동장에서 6개팀이 청·백전을 벌인 것이 시작이다.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본 경기 뿐만 아니라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까지 하나가 되는 이어달리기 등 추억이 가득했다. K리그 내부의 축제였던 올스타전은 2008년 프로축구 한일전인 조모컵(2008년~2009년)부터 대결과 흥행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조모컵은 일본 J리그와의 교류라는 나름의 대의라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와의 친선전부터는 K리그가 들러리로 전락한 채 수익 사업으로 바뀌었다. 당시 K리그는 바르셀로나를 한국·스페인 수교 60주년이라는 엉뚱한 명분으로 초청했지만 리오넬 메시(32)의 출전 여부로 홍역을 앓았다. 이듬해에는 승부조작의 여파로 올스타전을 건너 뛰었고, 2013년(팀 클래식 vs 팀 챌린지)과 2014년(팀 K리그 vs 팀 박지성)에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만들면서 올스타전의 의미가 퇴색했다.

심지어 2017년에는 K리그 올스타가 갑작스럽게 22세 이하 선수로 꾸려진 베트남 대표팀을 상대로 원정에 나섰다가 0-1로 참패하는 수모도 겪었다.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유벤투스를 초청해 반전을 꾀했지만 유벤투스와 비교해 초라한 수익금과 함께 상처만 안는 참사를 반복했다.

축구계가 올스타전의 변화 혹은 폐지를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올스타전이라는 문화 자체가 미국프로축구(MLS)나 미국 스포츠의 영향을 많이 받은 K리그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흥행에 성공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지만 치열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애초 올스타전이 팬들을 위한 축제였다면, 그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사회봉사가 하나의 대세로 떠오른 상황에서 올스타전을 자선축구경기로 치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취임하면서 잠시 멈춘 ‘KEB하나은행과 함께하는 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를 K리그 올스타전이 잇는다면 금상첨화다. K리그의 한 단장은 “‘올스타전을 왜 하는가?’라는 본질부터 짚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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