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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가인 열풍, 대중은 왜 열광하는가

트로트 가수 송가인 바람이 연일 뜨겁다. 트로트 오디션 TV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거머쥔 후 그녀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는다. 이와 같은 대중의 식을 줄 모르는 열기의 배경을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중장년층의 추억 소비 지향 생활양식이다. 열혈팬이라면 음원 또는 콘서트 티켓 등 특정 가수의 제품을 소비하는 ‘팬집단 경제’가 지금까지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송가인 등장 이후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팬집단 경제’ 측면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이 경험한 희로애락의 추억을 소비하게 한다. 그녀 노래는 다양한 감정의 추억을 소비하게 함으로써 각자의 가슴에 응축되어 있던 감성 에너지를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시키는 마성을 지닌다. 따라서 중장년층으로 하여금 세상사에 지치고 힘든 마음이 위로받고 말끔히 치유 받는 정신적 해방의 카타르시스를 대리 만족하게 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어느 세대 못지않게 지난한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송가인의 노래는 이들의 어질러진 영혼을 정화하는 힐링과 희망의 쉼터와 다름없다.

둘째, ‘흙수저’ 신화 창조에 대한 동경이다. 송가인은 2012년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듯 데뷔 시절은 철저히 비주류 무명 가수 생활의 연속이다. 몸과 마음이 춥고 배고프고 노래할 때 마다 온갖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어느 분야이든지 주류에서 배제된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상상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습생 신화를 창조한 경우를 종종 접한다. 송가인도 혹독한 연습과 타고난 가창력으로 신화를 창조한 것과 진배없다. 만난신고(萬難辛苦) 끝에 일궈낸 그녀의 입지전적 성취는 모든 이의 가슴을 적시고 울린다. 이러한 성취를 특히 흙수저가 창출한 경우라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셋째, 해를 품은 인성이다. 인성은 상대적이어서 판단기준이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송가인의 인성은 명품 그 자체이다.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효심과 팬들에 대한 고마움 등 그녀의 품성은 예의바름과 배려의 화신으로 다가온다. 송가인의 노래를 들으면 깊은 여운이 오래 남는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인성 내면에는 그윽한 울림과 설렘 그리고 떨림이 박동처럼 진동한다. 인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래 실력이 뛰어나도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수의 생명력은 오래 가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송가인은 노래만 잘하는 트로트 가수가 아니다. 올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전달되는 호소력 짙은 스토리가 대중

고재경 교수

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히 송가인 신드롬이라 불린 만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넷째, 트로트 여신으로의 무한한 성장성이다. 송가인은 정통 트로트의 여왕 이미자와 주현미 스타일의 계보를 잇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녀는 전공인 순도 100% 국악으로 다져진 완벽한 창법을 구사한다. 이러한 탄탄한 기량과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 트로트계의 전성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해 다소 침체에 빠진 트로트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실력파 신예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계기로 정통 트로트이든 장윤정과 홍진영 등으로 이어지는 세미 트로트이든 국내 트로트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 대중은 지역과 세대 통합을 아우르며 열창하는 가인(歌人)의 출현을 오래 전부터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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