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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기원 한국·몽골 초원마라톤] ‘도전·우정·평화’ 청정자연 품고 이봉주와 함께 달린 하늘정원

지난 3일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열린 2019 한반도 평화 기원 한국·몽골 초원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테를지(몽골)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미세먼지가 없고 기온도 선선한 해발 1600m 몽골 초원에서 쾌적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달리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한국과는 다른 한여름 몽골은 마라톤 천국이었다.

지난 3일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 있는 스카이 라인 캠프에는 한국과 몽골인 500여명이 모였다. 2019 한반도 평화 기원 한국·몽골 초원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테를지 초원을 함께 달리며 우애를 다지고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였다. 민주평통몽골지회, 부천시육상연맹, 몽골한인회가 주최한 2회째 대회다.

몽골 현재 기온은 한국 초봄 또는 초가을 날씨다. 고지인 테를지 국립공원은 낮에는 햇볕 속에서도 덥지 않았고 한밤에 난방을 가동해야 할 정도로 싸늘하다. 너무 무더워 마라톤을 하지 못하는 한국과는 너무 다른 환경이다.

전지훈련을 온 경기도 중고 육상 대표선수단을 비롯해 현지 교민 등 100명 가까운 한국인이 이곳을 찾았다. 몽골 선수들은 400명 안팎이나 됐다. 몽골경찰대학교가 지도하는 중고 꿈나무를 비롯해 7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몽골에서 정식 육상 대회는 별로 없다. 이번 대회처럼 메달, 기록증, 상금, 기념품, 도시락 등 푸짐하게 대접해주는 대회는 더더욱 없다. 이번 대회 종목별 상금만 15만 투그릭(6만6000원)에서 80만 투그릭(35만원)까지 우리 돈으로 400만원에 이르렀다. 몽골 노동자 평균 월급은 한화로 30만원 안팎. 한달치 월급보다 많은 우승 상금은 대단한 유인책이 됐다. 박호영 몽골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모집 공고를 냈는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 당초 예정된 7일보다 짧은 4일 만에 모집이 끝났다”며 “상금을 받으러 20㎞나 떨어진 곳에서 온 선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몽골 전통 춤과 노래 공연이 끝난 오전 11시부터 레이스가 시작됐다. 3㎞, 5㎞, 10㎞, 하프 코스 등 종목은 총 11개였다. 몽골인들은 결승전에서 막판까지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며 순위를 다퉜다. 승부욕과 도전정신이 강한 유목민 몽골인의 고유한 특성이 느껴진 장면이다. 남자 종목에는 몽골이, 여자 종목에서는 한국이 각각 강세를 보였다.

정식 대회 출전 경험을 쌓으며 푸짐한 경품까지 받은 몽골 선수들의 입은 귀에 걸렸다. 이들은 메달을 목에 걸고 기록증을 든채 활짝 웃으며 삼삼오오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도 2년 연속 참가했다. 일반부 5㎞에서 우승한 이봉주는 시상자들에게 부상으로 ‘먹는 링거’ 옥타미녹스를 전달한 뒤 빠짐없이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엄청난 사인공세도 불평없이 응한 이봉주는 “이런 행사가 한국의 진심을 세계에 알리는 진정한 스포츠 외교”라고 말했다.

한국과 몽골 마라토너들이 지난 3일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내 스카이 라인 캠프 입구에서 2019 한반도 평화 기원 한국·몽골 초원마라톤대회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테를지(몽골)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이봉주(가운데)가 지난 3일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내 스카이 라인 캠프 입구에서 한국, 몽골 선수들과 함께 2019 한반도 평화 기원 한국·몽골 초원마라톤대회 출발에 앞서 최선을 다짐하고 있다. 테를지(몽골)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지난 3일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2019 한반도 평화 기원 한국·몽골 초원마라톤대회를 완주한 사람들이 기록증을 발급받고 있다. 테를지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노문선 부천육상연맹회장(왼쪽)과 이봉주(오른쪽)가 지난 3일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2019 한반도 평화 기원 한국·몽골 초원마라톤대회 여고부 5km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테를지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대회를 주관한 노문선 부천육상연맹회장은 “최선을 다해 마련한 행사에 참가해 끝까지 열심히 뛴 뒤 행복해하는 몽골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서 힘든 게 모두 사라졌다”며 “내년에는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해 더 좋은 대회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대회를 공동 주관한 윤한철 목사는 “몽골 사람들은 신체조건이 좋아 체계적인 훈련만 잘 받으면 세계적으로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며 “몽골 육상 선수들을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가 ‘투멩아칠랄’이라는 몽고 말처럼 앞으로 모든 일이 더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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