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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광대들’ 불러놨더니, 왜 다들 따로 노느냐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편파적인 한줄평 : 연출·연기력 중, 손현주만 승자일세.

‘광대들’을 불러놨더니, 왜 다들 따로 노느냐!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지, 조합이 어우러지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내 조화롭지 않은 건 분명하다. 연출력도, 배우들의 합도 어긋난,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의 현주소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이하 ‘광대들’)은 세조 실록에 기록된 40여건의 기이한 현상 뒤에 광대들이 있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명회’(손현주)와 ‘세조’(박희순)란 역사적 인물을 뒤섞은 팩션(Fact+Fiction) 사극이다. 여기에 현대적 느낌의 B급 유머(병맛 코드)를 섞어 웃음을 창출하고자 한다.

앞서 단 두 줄의 설명만으로도, 이 작품이 대단한 욕심을 냈다는 걸 알 수 있다. 재치 넘치는 사극을 그리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는 잃고 싶지 않은 메가폰의 의도도 알겠다. 그 뜻을 살리기 위해선, 연출력·연기력은 물론 진정성까지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광대들’은 그 적당한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실패했다.

초반, 필름은 호기롭게 돌아간다. 저잣거리를 떠돌며 입담을 뽐내는 ‘덕호’(조진웅), 힘 센 ‘홍칠’(고창석), 무녀 ‘근덕’(김슬기), 생물처럼 그림 그리는 ‘진상’(윤박), 민첩한 ‘팔풍’(김민석) 등 공갈파 5명이 야심가 ‘한명회’와 손잡게 되는 과정을 가볍게 풀어낸다. 여기에 현대 문물을 차용한 장치들로 ‘B급 유머’를 섞어, 보는 이의 웃음보를 자극하고자 한다.

그러나 깃털보다 가벼운 이 ‘B급 유머’는 공갈파의 임무가 막중해지면서 역사가 주는 무게와 자주 충돌한다. 일단 공갈파가 부리는 기술들이 그다지 참신하지 않고 중반 이후엔 무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과장되는데, 이들이 세조, 한명회 등 나라의 중심을 들썩인다는 설정에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특히 클라이막스에선 인물들의 갈등이 서로 피 튀길 정도로 고조되는데 그 안에 ‘병맛’ 웃음까지 녹여내려하니, 그 부조화에 웃음은 커녕 고개만 갸웃거리게 된다.

배우들의 호흡에도 물음표가 생긴다. 그 중 공갈파를 이룬 조진웅, 고창석, 김슬기, 윤박, 김민석 등은 라인업만 봐도 기대가 높아지는 조합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물과 기름’ 그 자체였다. 마치 자신의 특기를 보여주는 것에만 매몰돼 합 맞추는 걸 깜빡 잊은 것처럼, 각자 따로 노는 인상을 준다. 특히 윤박은 연기력에도 구멍이 뚫려 몰입을 방해할 정도다. 웅얼거리는 발음과 들뜬 감정 처리 때문에 ‘뭐야’라는 두 글자만 떠오른다.

유일한 승자는 손현주다. 깔끔하게 정돈된 연기력과 내공이 주는 카리스마로 ‘한명회’를 스크린 위에 생생히 재현한다. 여러 부조화 속에서도 단연 존재감을 빛낸다. 오는 21일 개봉.

■고구마지수 : 1개

■수면제지수 : 2개

■흥행참패지수 : 2.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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