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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적보다 성적’ 아시아 축구에 날아온 귀화 바람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을 한달여 앞둔 아시아에선 귀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이 혼혈 및 귀화선수를 영입해 동남아시아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냈고,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는 아예 귀화 선수 6명(페드로 코헤이라·바삼 알라위·부알렘 코우키·알모에즈 알리·아메드 알라에딘·카림 부디아프)을 중심으로 올해초 아시안컵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축구굴기’(축구로 우뚝 선다)를 외치는 중국도 순혈을 포기한 채 귀화정책으로 돌아섰다. 중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예비명단(60명)을 제출했는데, 브라질 출신의 엘케손이 이 명단에 포함됐다. 중국은 이미 혼혈 선수인 리커(키프로스)가 중국 유니폼을 입은 가운데 사실상 ‘용병’까지 데려오면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의 강팀들이 수비와 골키퍼는 자국 선수들이 맞고, 공격은 외국인 선수들이 책임지는 것과 사실상 같은 형태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의 지도력도 더욱 살아날 수 있다.

아시아 축구에 불고 있는 귀화 바람은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를 원하는 각국 대표팀과 선수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4번의 월드컵 본선 무대가 아시아에선 한국(4회)과 일본(4회), 호주(4회), 이란(3회), 북한(1회), 사우디아라비아(1회) 등만 독차지하니 나머지 국가들이 외부 수혈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어차피 인종을 기준으로 국적을 규정하는 종족적 민족주의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 외국인 선수 귀화에 큰 부담도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5년 이상 거주한 선수라면 단 1회에 한해 새로운 나라를 대표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유럽으로 눈을 돌려도 프랑스와 독일 같은 강호조차 귀화 선수가 빠지지 않는 실정이다.

선수들도 월드컵만 뛸 수 있다면 귀화를 꺼릴 이유가 없다. 엘케손에 이어 중국 귀화가 유력한 브라질 출신의 히카르두 굴라트는 향후 아시아쿼터(아시아 국적 선수를 1명 자국 선수와 동등하게 대우하는 규정) 적용으로 몸값도 올릴 수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에이전트는 “내년 중국 슈퍼리그가 아시아쿼터를 부활시킨다면 엘케손과 굴라트의 몸값은 금값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의 귀화바람이 즉각적인 효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축구는 선수들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원팀으로 뭉치는 조직력도 빼놓을 수 없다”며 “귀화 선수들이 이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최강희 전 감독이 에닝요의 귀화를 추진했다가 포기한 것도 특별 귀화가 무산된 것 뿐만 아니라 귀화 효과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타르도 귀화 선수들의 활약으로 성적을 냈지만 그 이면에는 적잖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한때 귀화 선수들의 비율을 60%까지 늘렸던 카타르는 이 선수들의 화학적 결합에 문제가 생기자 유망주를 조기에 귀화시킨 뒤 자국에 동화시키는 방책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1989년 브라질 출신의 라모스 루이를 귀화시키면서 이 정책의 선두 주자였던 일본이 최근에는 귀화 정책을 포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귀화 정잭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중국이 월드컵 본선행의 꿈을 이룬다면 귀화 바람은 더욱 거세지겠지만, 그 반대라면 금세 사그라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향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월드컵 2차 예선은 9월 5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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