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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에세이집 낸 사진작가 조세현 “김혜자-정우성의 마음 존경, 영혼을 찍는 ‘찍사’ 될 것” [인터뷰]

자신의 세 번째 에세이집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을 펴낸 사진작가 조세현. 사진 조세현 작가 제공

‘사진작가 조세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바로 ‘스타 사진작가’다. 그 스스로가 이영애, 고소영, 김희선, 김민희, 한예슬, 손예진 등 수많은 스타들의 사진을 도맡아 찍어오기도 했지만 사진작가 중에서 인지도와 성공을 동시에 거머쥔 많지 않은 이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30대 이상의 대중들에게는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모았던 가수 조성모의 앨범이나 당시 유행했던 컴필레이션 앨범 ‘연가’에서 머리를 휘날리는 배우 이미연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타들과 입양아들이 찍은 ‘천사들의 편지’ 프로젝트로 수많은 아이돌그룹들과 아기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담아왔다.

조세현 작가는 활동 40년 동안 수많은 사진집을 내왔지만 그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는 단 세 권 펴냈다. 그것도 한 권은 스타들의 얼굴이 주로 실렸고, 두 번째는 사진관련 명언들을 담아냈다. 지난달 그가 펴낸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김영사 펴냄)이 그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낸 첫 책인 셈이다. 현란한 사진이 많이 실렸을 것 같았던 그의 책에는 생각보다 사진보다는 그의 생각과 기억이 많이 담겼고, 의외로 스타들의 모습보다는 눈을 빛내는 많은 세계인의 모습이 담겼다. 조세현 작가에게 ‘스타’와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의 얼굴은 결코 떼낼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소재였다.

“사실 경향신문과 책을 할 기회도 있었어요. 그렇게 구상만 하다가 지난해부터 집필을 시작했죠. 어떤 책을 써야 하나 고민했어요. 사진과 관련한 책이라면 화보집이 아니면 전문가들이나 읽을 법한 기술서적 밖에 없더라고요. 요즘은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시작하는 단계의 사람들을 위한 책을 쓰리라 결심했어요. 사진의 가로와 세로를 배우고 프레임만 배워도 사진 찍는 요령이 한 두 단계는 오를 수 있어요.”

자신의 세 번째 에세이집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을 펴낸 사진작가 조세현. 사진 조세현 작가 제공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했지만 책 속에는 의외로 그가 외부에 처음 고백하는 인생의 여정도 담겨있었다. 사진작가로는 치명적일 수 있는 손떨림 즉 ‘수전증’과 관련한 내용 그리고 과거 사진을 배우겠다고 했다가 집안의 반대로 고생을 했던 이야기 등은 책을 통해서만 공개했다. 결국 이 책은 사진의 입문에 대한 내용이 반 그리고 작가 조세현의 걸어온 여정이 반이 채워진 ‘자전적 에세이형 사진입문서’가 됐다.

“원래 주제별로 내용을 모으고 그 밑에 제 이야기를 썼는데 편집을 통해서 제 자서전의 느낌처럼 출간됐어요. 사진을 시작한 동기부터 최근에 하고 있는 봉사활동까지 이어지니까 결국 하나의 일대기가 되더라고요. 저는 평생 광고를 많이 해서 무엇이든 전문영역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데 결국 책을 잘 만드는 분들이 편집도 잘 하시더군요.(웃음)”

‘스타 사진작가’답게 스타들과의 인연도 실려있다. 사실 그를 이야기하자면 연예인들을 빼놓고선 이야기할 수 없다. 원래 종군기자를 꿈꾸며 잡지 사진기자로 경력을 시작해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 그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는 그야말로 스타와 이미지가 시너지 효과를 내던 시기였다. 그는 수많은 여배우들이 신인이던 시절 이들의 가능성을 엿보고 적극적으로 모델로 중용해 걸출한 여배우로 키워냈으며 배우 김민희의 경우에는 버스에서 뒷모습에 아우라를 느끼고 다급하게 붙잡아 사진을 함께 찍어보자고 권하기도 했다.

사진작가 조세현의 세 번째 에세이집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 속 가수 강다니엘의 사진. 사진 조세현 작가 제공

“20년 가까이 상업사진을 찍으면서 스타들과 안 해 본 게 없는 것 같아요. 이영애나 고소영, 고현정 등의 배우들이 저 아니면 안 찍겠다고 하니까 수많은 광고주들이 제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었죠. 그래도 지금 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를 고르라면 김혜자씨와 정우성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인상적인 순간을 많이 남겼거든요.”

김혜자와 정우성은 그가 구호단체와 함께 전 세계의 난민촌을 누빌 때 함께 해준 이름이다. 많은 스타들이 봉사를 떠나긴 하지만 다수의 스태프와 비행기 비지니스석 등 편의를 요구하는데 반해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정우성은 자진해서 자신의 좌석등급을 마다했으며 김혜자는 봉사활동 중 커피를 마시고 개미가 잔뜩 꼬인 봉지에서의 설탕도 마다하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타에 몰입하던 조세현 작가가 붙들고 있는 또 다른 화두는 바로 ‘희망’ ‘나눔’이다. 그는 300여 명이 훨씬 넘는 스타들이 참여한 입양 캠페인 ‘천사들의 편지’와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프로젝트 ‘희망 프레임’을 꾸준하게 진행 중이다.

“봉사활동을 하면 사진을 처음 찍으려고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사람에 대한 관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마음이 제 청년기를 지탱했고 그것으로 대학교에 입학했다면 스타들의 밝음과 난민촌의 어두움을 담으면서 결국 흑백사진이라는, 누구나 평등한 방식을 통해 많은 이들을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스타 그리고 봉사는 계속 붙잡고 갈 저의 화두입니다.”

사진작가 조세현의 세 번째 에세이집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 속 이영애와의 사진. 사진 조세현 작가 제공

그는 이번 책에서 미처 다 쓰지 못한 스타들과의 작업 뒷이야기를 모아서 또 한 편의 책을 구상 중이다. 이번 책에는 그의 이야기가 많이 실렸다면 다음 책에는 본격적으로 그가 아는 스타들의 알려지지 않은 진면목이 담길 예정이다. 그리고 여러 스타들과의 화보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노숙인들을 모아 그의 스튜디오에서 강연하는 ‘희망 프레임’과 마지막 남은 그의 프로젝트를 완성할 의지도 채우고 있다.

“수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단 한 장의 사진을 제게 고르라고 한다면 결국 법정스님의 영정사진이 됐던 그 사진을 꼽고 싶어요. 항상 제게 ‘사진에서 영혼을 찾으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겉모습만을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하셨죠. 요즘에는 어머니의 사진을 가장 예쁘게 찍는 게 목표에요. 항상 뵐 때 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드리는데 마음에 차지 않거든요.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잘 담아서 나중에 가시는 길에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어떤 호칭보다 제가 좋아하는 ‘찍사’로서의 삶을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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