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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부터 손아섭까지…8월, 숨죽였던 좌타자들 살아났다

8월들어 맹타를 휘두르는 좌타자들. 왼쪽부터 KIA 최형우, 키움 이정후, 롯데 손아섭, 두산 박세혁. 이석우 기자

타고투저 흐름이 꺾인 2019 KBO리그에서 우타자보다 좌타자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당겨치는 경향이 강한 좌타자들을 향한 시프트가 잦아졌다. 반발계수가 줄어든 새 공인구 탓에 좌타자들의 타구 속도가 느려졌고, 수비 시프트를 뚫지 못하게 되면서 좌타자들의 성적은 떨어졌다.

8월, 변화의 조짐이 일어났다. 7월까지만 해도 지난해에 비해 좌·우타자 타율 격차는 좁았으나 8월 성적을 보면 얘기가 다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19일까지 8월 우타자 타율은 0.259, OPS는 0.698이다. 개막 이후 7월까지의 타율(0.265) 및 OPS(0.727)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다. 반대로 좌타자들의 8월 성적은 시즌 성적보다 훨씬 좋다. 타율은 0.289, OPS는 0.767에 달한다. 7월까지의 성적(타율 0.271, OPS 0.727)에 비해 크게 나아졌다. 7월까지만 해도 6리에 불과했던 좌·우타자 타율 차이는 8월들어 3푼까지 벌어졌다.

8월 월간 개인 타격 지표 상위권도 좌타자들이 점거하고 있다. 19일까지 8월 타율이 4할대인 선수는 4명인데, 최형우(KIA·0.423), 이정후(키움·0.410), 손아섭(롯데·0.405), 박세혁(두산·0.400)에 이르기까지 모두 좌타자다. 손아섭이 최근 1군에서 빠졌지만 올 시즌의 부진을 8월들어 털어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7위까지 범위를 확대해도 멜 로하스 주니어(KT)를 뺀 6명이 좌타자다. 스위치히터인 로하스도 우투수가 좌투수에 비해 많은만큼 좌타석에 설 때가 더 많다. 부상 탓에 8월 9경기를 뛰는데 그쳤지만 타율 0.469인 강백호(KT)의 강세도 빼놓을 수 없다.

출루능력에 장타력을 함께 측정하는 OPS를 따져봐도 좌타자 강세가 눈에 보인다. 8월 OPS가 0.900 이상인 13명 중 8명이 좌타자다. 4할 타율 타자들이 모두 OPS 1.000을 넘긴 가운데 8위 박민우(NC·0.986), 10위 유민상(KIA·0.933) 등 다른 좌타자들의 분전도 눈에 띈다. 지난해보다 장타가 줄어들며 마음고생했을 김재환(두산)이 0.924, 김현수(LG)가 0.917로 한 결 나은 모습을 보였다. 타율은 0.283으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LG의 새 외인 좌타자 카를로스 페게로는 17타점으로 월간 타점 선두에 올라있다.

좌타자들의 부진 원인이 부각된만큼, 시즌이 후반부에 접어들자 좌타자들이 나름대로 해결책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수치상으로 떨어진 기록은 좌타자들이 더 많은 힘을 줘 타격하게끔 만들었고, 때문에 밸런스를 잃었다. 이런 문제를 인지한 타자들이 조금씩 밸런스를 찾아가면서 일시에 타격 성적이 좋아졌을 수도 있다. 좌타자 비중이 높은 두산 타선이 6~7월 타격 침체를 겪어 팀 타율이 7위(0.267)까지 처졌다가 8월들어 3할대(0.304)로 2위까지 오른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벌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좌타자들을 괴롭혔던 투수들과 수비들이 무더위에 지친 것도 또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경기를 밤늦게 하더라도 여름에는 투수들과 야수들이 그라운드가 머금었다 뿜어내는 지열(地熱) 탓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투수들의 타자 승부, 야수들의 수비 판단 및 동작이 흐트러지며 좌타자들의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경우가 늘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는 지표가 하나 더 있다. 8월 들어 내야안타가 늘었다. 올 시즌 7월까지 치러진 KBO리그 499경기에서 내야안타는 720개가 나왔다. 경기당 평균 1.44개꼴이다. 19일 현재 8월 70경기에서 나온 내야안타는 114개로, 경기당 1.63개꼴이다. 내야안타는 타구의 방향뿐 아니라 수비수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수비의 움직임이 더뎌졌거나 수비의 빈 틈을 타자들이 많이 찾아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내야안타로 기록되지 않은, 내야를 통해 외야로 빠져나간 안타도 수비진의 움직임이 더뎌진다면 훨씬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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