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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승과 오프너…6월 그날 이후, 소사와 다익손의 뒤바뀐 운명

SK 소사(왼쪽)와 롯데 다익손. 이석우 기자

지난 6월9일 SK 삼성전. SK 새 선발 헨리 소사(34)는 4이닝 만에 3홈런 포함 7안타 3볼넷 8실점을 하고 강판됐다. 0-9로 완패한 SK 벤치는 잔뜩 흐려졌다. 브록 다익손(25)을 버리고 소사를 영입해 내세운 첫 경기였다. 다익손은 방출 전 12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 3.56을 기록했다. 위압감은 없어도 무난했던 다익손을 보낸 SK에게 소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카드였다.

소사를 두고 롯데가 영입 경쟁을 벌였다. 톰슨이 부상 당하자 소사에게 접근했으나 더 적극적이었던 SK에게 뺏기고 말았다. 롯데는 이후 “SK가 버린 선수를 영입하기는 자존심 상한다”고 했지만 6월10일 다익손을 영입했다. 소사가 SK에서 첫 등판해 실망스러운 투구를 한 다음날이었다. 다익손은 사흘 뒤인 6월13일 LG전에 롯데 선발로 처음 나서 7이닝 5안타 무사사구 3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때만 해도 SK에게는 근심이, 롯데에게는 한줄이 빛이 내렸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현재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소사는 7연승을 거두면서 김광현·산체스와 함께 강력한 원투쓰리펀치를 꾸려 SK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지만, 다익손은 선발인 듯 선발 아닌 ‘오프너’ 신세가 돼있다. 꼴찌 롯데 이적후 단 한 번도 선발승을 거두지 못한 채 18일 두산전까지 2경기 연속 2이닝 만에 불펜에 공을 넘겼다.

둘의 희비는 각자의 첫 등판 이후 바로 엇갈렸다.

소사는 실망스러웠던 복귀전을 뒤로 하고 6월15일 NC전에서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첫승을 거뒀다. 그 뒤 15일 KIA전까지 10경기에서 7승무패 평균자책 2.12를 기록하고 있다. 소사의 복귀전 뒤 염경엽 SK 감독은 “두번째 선발 등판 뒤에 이야기 하겠다”고 매우 말을 아끼면서도 “직구 회전수는 그대로였다”며 철저하게 분석해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염경엽 감독과 SK 전력분석팀이 어떤 분석과 고민을 했는지는 소사의 부활과 함께 알려졌다. 염경엽 감독은 “소사는 주자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세 가지 폼으로 던졌다. 그러나 주자 2루시 폼이 가장 안정적이고 구속과 구위도 좋다고 판단해 폼을 하나로 통일했다”며 “LG 시절 영상까지 7시간 동안 전부 분석했고 소사는 우리의 조언을 받아들여줬다”고 부활의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롯데는 다익손의 이닝소화능력을 이유로 비상시에나 한두번 쓸 법한 ‘오프너’ 전략을 계속 쓰고 있다. 그러나 SK에서 12경기에 65.2이닝으로 평균 5.1이닝을 던진 다익손의 이닝 소화능력은 크게 저하되지 않았다. 롯데 이적후 등판한 11경기 중 완전한 선발로 나선 8경기에서 다익손은 45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5.1이닝이다. 5실점 이상으로 무너진 경기는 지난 7일 키움전(5.2이닝 8실점 7자책)이 유일했지만 그 다음 경기부터 다익손은 ‘오프너’가 됐다.

SK는 올시즌 초반 타격이 매우 저조했다. 5월까지는 0.252로 10개 팀 중 가장 낮았다. 그러나 6월 이후로는 0.278로 전체 3위다. 5월까지 0.269로 중위권이었던 롯데의 타율이 6월 이후 꼴찌(0.244)로 처진 것과 대조된다.

다익손은 SK 시절에도 경기당 2.08로 저조한 득점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롯데로 간 뒤 선발 등판한 8경기 득점 지원은 1.75로 더 떨어졌다. SK에서도 압도적이지 못했고 승운도 없었으나 3승을 거뒀던 다익손은 롯데 이적 후에는 더 박복해졌다. ‘오프너’ 박시영이 2이닝 만에 내려온 1일 대구 삼성전에서 구원 등판해 남은 7이닝을 모두 던지고서야 첫승을 따냈다. 반면 소사는 최근 10경기에서 3.30의 득점 지원을 받고 있다.

KBO리그에서 무려 8번째 시즌을 뛰는 소사와 올시즌 데뷔한 다익손의 개인 기량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팀의 지원은 상황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미친다.

SK 입단 뒤 첫 경기에서 무너지고도 완벽히 살아난 소사와 달리 롯데 입단 직후 방출 설욕 다짐 속에 호투를 잇던 다익손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은 현실적으로 1위 팀과 꼴찌 팀의 차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6월의 그날, 소사가 롯데로 가고 다익손이 SK에 남았다면 둘의 성적은 지금 어떻게 돼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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