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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직격인터뷰] ‘미남’에서 ‘마무리’로…KT 이대은 “나는 복 받은 투수”

KT 마무리 이대은이 지난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경기 전 훈련을 마친 뒤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 수원 | 김은진 기자

KT는 올해 KBO리그 최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5강 싸움에 뛰어들어 이제 순위싸움의 절정으로 향하는 8월의 끝에서 마무리 이대은(30·KT)의 존재가 KT의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이대은은 올시즌 최고의 화제성을 가진 신인으로 지목되며 KT의 국내 1선발로 시즌을 출발했으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마무리가 돼있다. 마무리 변신 뒤 오히려 반전을 보여주며 데뷔 시즌 여러 경험을 통해 KBO리그의 이대은은 성장하고 있다.

■시즌 전, 미남투수 이대은

미국과 일본을 거쳐 KBO리그에 입성한 이대은은 데뷔 전 이미 유명했다. 사실 국내에서는 야구보다는 잘 생긴 외모로 먼저 주목받았다. 2017년 WBC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도, 경찰야구단에 들어가 퓨처스리그에서 뛸 때도 ‘잘 생김’이 먼저 부각됐다. 2차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돼 데뷔를 앞뒀을 때도 실력보다 외모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이대은이 과연 어떤 실력을 보여줄 것인지, 꼴찌 팀 KT에 합류해 팀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하는 반신반의의 시선들이 모였다. 어쩌면 이대은 입장에서는 ‘잘 해야 본전’인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했다.

이대은은 “나는 매사를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 잘 생겼다는 말이 부담스럽거나 싫었던 적은 없다. 다만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잘 생긴 선수가 야구도 잘 하면 얼마나 더 멋있겠나”라고 웃으며 “나는 늘 멋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첫번째가 야구니까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면서 스프링캠프를 치렀고 첫 시즌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선발 이대은

신인이지만 신인은 아니고 조금만 야구를 잘 하면 스타가 될 조건을 충분히 가진 ‘뉴페이스’ 이대은은 입단하자마자 외국인 투수들에 이어 국내 1선발 역할을 맡게 되면서 개막 전 가장 큰 조명을 받았다. 이대은의 활약 여부에 ‘만년꼴찌’ KT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출발은 실망과 함께 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던 선발 이대은은 개막 후에도 부진을 벗지 못했다. 개막 이후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다 8번째 선발 등판한 5월16일 광주 KIA전에서야 6이닝 3안타 1실점으로 데뷔 첫승을 따냈다. 그러나 그날 팔꿈치 부상이 왔다. 이대은은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는 와닿지 않았다. 내가 할 것만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개막하고 팀 성적도 나지 않는데 내가 못하다보니 조금씩 부담이 생겼다”며 “몸도 좋지 않았고 잘 하려고 애쓰다보니 결과는 더 나오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이대은은 시즌 초반 등과 팔꿈치에 조금씩 이상 증세를 겪었다. 아주 미세한 통증이 조금씩 생기더니 첫승을 거둔 날 함께 터지고 말았다. 이대은은 “핑계일 수 있지만 초반에 시간이 지날수록 몸 상태과 부담이 겹쳤던 것 같다. 그래서 재활할 때는 ‘돌아가서는 진짜 잘 던지겠다’는 생각만 했다. 부상을 완전히 없애고 제대로 회복해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원래 2주 예정이던 재활기간이 한 달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제 막 부진을 벗기 시작하자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하게 된 이대은의 공백은 KT의 큰 고민이었지만 다행히 배제성이 등장해 선발 공백을 잘 메웠다. 이대은의 운명이 바뀌었다.

KT 이대은이 지난 4일 고척 키움전에서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지금, 마무리 이대은

6월12일, 약 한 달 만에 1군에 돌아온 이대은은 불펜으로 합류했다. 중간계투에서 몇 경기 던진 뒤 선발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이대은은 얼마 뒤 마무리가 됐다. 4월에 김재윤이 어깨 부상으로 빠진 뒤 마무리를 맡던 정성곤이 지칠 무렵, 돌아온 이대은의 구위는 마무리를 맡기기에 충분했다. 6월23일 NC전에서 첫 세이브를 거두며 본격적으로 마무리 생활을 시작한 이대은은 복귀 뒤 20일까지 나선 23경기에서 3승12세이브 평균자책 2.25를 기록 중이다. 이후 KT의 불펜 평균자책도 2.82로 전체 1위다.

이대은은 “일본에서 두 달 정도 중간계투로 뛰면서 연투도 해봤고 상당히 잘 했었다. 그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지만 사실 처음 마무리 맡고서는 얼떨결에 멋모르고 했다. 짧게 던지는 것이 참 어색했다”며 “아웃카운트 하나 남겨놓고 내가 나가서 세이브를 거둔 적이 있었다. 그때 코치님이 마운드에 오셔서 ‘원아웃 잡고도 세이브를 주는 이유는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막으라’고 하셨다. 그 얘기 듣고 마음을 다잡게 됐고 더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무리를 맡은 이후 가장 큰 실패의 기억은 이대은을 강한 마무리로 바꿔놓았다. 이대은은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7월28일 LG전에서 1-4로 뒤지던 9회말 등판한 뒤 만루 위기를 만들고는 채은성에게 홈런을 맞았다.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6실점(5자책)을 하고 내려왔다.

이대은은 “그때 마운드 내려와서는 다음 경기 생각부터 했다. 그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월요일 하루 동안 빨리 다음 경기에 나가서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화요일에 바로 등판 기회가 왔고 잘 던졌다. 그때 사흘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대은은 만루홈런을 맞은 뒤 KT의 다음 경기였던 7월30일 한화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1점차 승리를 지키고 세이브를 거뒀다. 그날부터 이대은은 17일 KIA전까지 7경기에서 1승4세이브를 거두고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은 채 8월 평균자책 ‘0’을 지키고 있다.

■소망, 5강팀 KT 이대은

KT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의 끝을 향하는 8월에 순위싸움 자체가 KT에게는 첫 경험이다. 그 첫 도전을 마무리 이대은이 뒤에서 지키며 이끌고 있다.

이대은은 “나는 올해가 처음이라 그렇겠지만, 왜 이 팀이 꼴찌였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좋은 선수들이 모여있다. 소통이 잘 되는 감독님의 영향도 분명히 있는 것 같고, 지금 분위기가 아주 좋다. 선수들이 오버해서 막 더 잘 하자기보다 지금처럼 재미있게만 해보자는 분위기로 도전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나는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처음 마무리를 하는데 세이브 기회를 많이 얻고 등판 기회가 많다는 것은 팀이 많이 이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펜 전환 이후 20일까지 23경기에서 12세이브를 거둔 이대은은 김재윤이 기록한 KT 마무리 한시즌 최다 세이브(15개)에 접근하고 있다. 이대은은 “처음에는 나도 선발로 나가서 잘 하고 싶었고 몇 승의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보직이 바뀌었고 나는 마무리기 때문에 개인 욕심은 더 없어졌다. 대신 팀이 이길 수 있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5강에 한 번 가보고 싶다. 이제 그것이 올시즌 나의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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