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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방송대상作 ‘기억, 마주서다’ 지우진 PD “한석규, 권재희 한마디에 모든 스케줄 물리고 와 더빙”

‘기억, 마주서다’ 타이틀 이미지.

‘아버지 다큐 더빙이 필요하다’는 말에 모든 스케줄을 물리고 왔다고 KBS대구 ‘기억, 마주서다’가 ‘제4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 ‘기억, 마주서다’는 대구경북 내 일제 강제징용, 위안부, 공안조작사건, 교원노조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굴곡진 한국사를 재조명한 10부작 다큐멘터리다. 작품은 방통위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최우수상’,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등 다수의 수상에 이어 방송대상까지 거머줬다.

‘기억, 마주서다’는 방송대상 수상 기념으로 4일 밤 11시 KBS 1TV에 방송됐다. 연출을 맡은 지우진 PD를 인터뷰했다.

한국방송대상을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KBS대구 지우진 PD.

-큰 상 축하드린다, 수상 예상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유죄를 무죄로 밝힌 것도 아니고, 큰 팩트를 발굴한 것도 아닌데 주목을 해줘서 놀랐다. 대구경북 지역사 속에서 100년의 한국사를 돌아보고 기억으로 담겠다는 프로그램 의도를 좋게 보고 대상을 준 것 같다. 상이 선정됐다는 이야기에 믿기지 않아 ‘진짜인지’, ‘왜 상을 줬는지’ 심사위원들께 굉장히 많이 여쭤봤다. 너무나 감사드린다.”

-‘기억, 마주서다’는 방송대상 이외에도 다수의 상을 수상했는데?

“사내상을 포함하면 다섯 번 받았다. 제 생각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서 준 출연자들의 뜨거운 염원이 상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구경북은 TK지역이라 불리는 대표 보수지역이다, 간첩조작사건 등 취재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취재했던 역사 속 피해자들은 대구경북라는 지역 특성상 평생 속내를 말씀하지 않고 살았다. ‘겨우 잊고 살고 있는데 왜 자꾸 이야기를 꺼내려 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갈등이 많았던 부분이다. ‘방송이 이 분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2차 피해가 가면 어떡할까’ 많이 생각했다. 방송이 나간 후에는 다행히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는데 KBS가 담아줘 고맙고 치유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개 사건의 맥락을 보면 100년 전 경북지역은 보수와 진보 지식인들이 다양한 의견이 용광로처럼 들끓었던 역동적인 곳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편중된 목소리만 커져간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기억, 마주서다’ 9부 ‘나는 사형수의 딸입니다’편.

-제 9부 ‘나는 사형수의 딸입니다’ 배우 권재희 이야기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방송으로는 처음 나간 사실이다. 권재희씨는 진보 경제학자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님은 늘 ‘평범하게 살아라, 눈에 띄면 안 된다’해서 숨기고 살았다더라. 자신에게는 너무나 좋은 아버지가 ‘빨갱이’라는 오명에 돌아가셨고 연좌제로 정식 직업을 가질 수 없었기에 선택한 것이 연기자의 길이었단다. 가장 가슴 아팠던 지점은 권재희 씨가 남의 이목 때문에 아버지 묘소를 찾아가지 못한 것을 평생 한이라고 했던 부분이다.”

-평소 내레이션을 하지 않는 배우 한석규 섭외도 신기했는데?

“네레이션은 둘째 치고 로컬 방송에 나올 분이 아니다. 출연료도 거의 받지 않았다. 한석규씨는 권재희씨의 대학 후배고 무명인 한석규씨를 작품 섭외에 도움을 준 인연도 있다고 하더라. 언젠가 누님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 있었는데 ‘아버지 다큐 더빙이 필요하다’는 말에 모든 스케줄을 물리고 왔다고 했다.”

-지우진 PD는 이번 작품 전에도 수많은 작품상을 수상해왔다. 그 저력은?

“시상식 무대는 제가 올라갔지만 프로그램은 함께 작업한 PD, 작가, 카메라, 외주팀 모두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행복할 때는 상을 탈 때가 아니라 스태프들이 나를 믿고 ‘작업하자’고 나서줬을 때다. 고맙고 감사하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건 누구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기에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엄혹한 시대에 이런 작품을 만들었던 선배들이 많았는데 뒤늦게 만들어 칭찬받는 것이 진정 낯뜨거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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