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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트랙육상대회] “달리기는 나의 힘” 70대 노인·50대 암환자 투혼의 레이스

나이가 많아도 몸이 아파도 달리고 싶은 마음은 억누를 수 없었다. 70대 남성과 50대 여성 암환자도 400m 트랙을 열심히 달렸다. 이들이 보여준 투혼의 레이스에 동호인과 지인들은 박수와 눈물로 격려하고 위로했다.

이윤직씨가 21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동호인트랙육상대회 남자 60대이상 1500m 경기에서 결승선을 향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이씨는 1947년생으로 만으로 72세다. 부천 | 김만석 기자 icando@kyunghyang.com

1947년생인 이윤직씨는 지난 21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동호인 트랙육상대회에 출전했다. 출전자 200여명 중 최고령이다. 이씨는 1500m를 8분8초에 끊었다. 100m를 평균 32초 안팎으로 뛰어야 가능한 기록이다. 이씨가 골인하기 직전 장내 아나운서가 70대 선수라고 소개하자 주위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씨는 “기록보다는 완주에 의미를 두고 뛰었다”며 “60대와 함께 뛰면서 꼴찌를 했지만 뛰는 내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씨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2000년이다. 고혈압 때문에 시작한 유산소 운동이 마라톤이다. 그때부터 이씨는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12번 뛰었고 65㎞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했다. 이씨는 “달리기 시작한 뒤로 몸이 너무 좋아졌다”며 “비타민 보충제를 빼고는 어떤 약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도 일주일에 2,3번 근력을 키우고 산을 뛰고 있다”며 “80세에도 10㎞를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성매씨가 21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동호인트랙육상대회 여자 50대 400m 경기를 마친 후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3월 암 수술을 받고 훈련을 중단했다가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다시 육상대회에 참가했다. 부천 | 김만석 기자 icando@kyunghyang.com

100m, 400m에 출전한 정성매씨(55)는 암 투병 중이다. 정씨는 지난 3월 유방암 절제 수술을 받고 현재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정씨는 이번 대회 50대 여성 100m에서 1위, 50대 400m에서 2위에 올랐다. 두건을 쓴 정씨가 골인하는 순간 주변은 울음바다가 됐다. 사연을 아는 지인들이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한 것이다. 정씨는 “식구들이 대회에 나서는 걸 걱정했지만 내가 조심히 뛰겠다고 말해 설득했다”며 “다시 달릴 수 있어 삶의 활력소를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학창시절 달리기를 꽤 잘했다는 정씨는 7년 전 마라톤을 시작했다. 이후 마라톤 풀코스를 5번 뛰었다. 최고 기록은 3시간37분대다. 상을 많이 타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이 됐다. 이번 대회에 클럽 소속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지만 정씨를 알아보고 위로하고 격려해준 사람들이 많은 건 그 때문이다. 정씨는 “암투병하면서 걷기 운동을 하다가 최근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며 “달리면서 암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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