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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속에서도 부쩍 성장한 여자대학 클럽축구

2019 전국 대학여자축구대회 샤컵 연세대-강남대 경기 장면. 서울대여자축구클럽팀(SNUWFC) 제공

세밀한 패스워크, 기막힌 스루패스, 택배 크로스, 정확한 슈팅….

지금까지 여자대학교 클럽 축구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멋진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선입견 속에서 10년 가까이 묵묵히 버틴 보람이 있었다. 여자대학교 클럽축구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22일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는 ‘2019 전국 대학여자축구대회 샤컵’이 열렸다. 서울대학교 여자축구부가 주최하는 대회로 올해로 벌써 7회째다. 대회 운영비는 대회 출전비(팀당 20만원), 서울대학교 스포츠진흥원 보조금 등으로 마련했다. 이지현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 회장(서울대 체육교육학과 2008학번)은 “서울대학교가 운동장을 무료로 빌려줬다”며 “그래도 대회 운영 비용을 마련하는 게 매번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대여자축구클럽팀이 2019 전국 대학여자축구대회 샤컵 경기에 앞서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서울대여자축구클럽팀(SNUWFC) 제공

현재 국내 대학여자축구클럽은 50개 정도다. 꾸준하게 경기를 치르는 팀은 40~45개다. 이지현 회장은 “여자실업팀 8개, 여자대학교 전문팀 6개인 반면 대학교 클럽축구팀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클럽팀을 만든 주축멤버 중 한명인 황연수씨(서울대 체육교육학과 2009학번)는 “초기 대회를 개최할 때는 12개팀을 모으는 것부터 너무 힘들다”며 “올해 팀 모집은 쉽게 끝났고 출전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팀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이날 팀들이 보여준 플레이는 이전보다 많이 향상됐다. “볼이 돌아가고 그림도 그려진다”는 시쳇말처럼 팀 플레이가 괜찮았다. 이지현 회장은 “초중고 시절 교내 동아리축구를 해본 친구들이 입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1학년때까지 전문선수로 활약한 황연수씨는 “처음 팀을 만들 때는 기본기를 가르쳤고 뻥축구를 할 수밖에 없어 달리기만 잘해도 축구를 했다”며 “요즘 신입생들은 기본기를 갖추고 있어 팀 전술 훈련도 소화한다”고 말했다.

여자클럽축구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이지현 회장은 “지금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용품 브랜드가 여자축구용품 라인을 한국에 들여와서 판매하고 있다”며 “또 이들 업체가 직접 개최하는 여자축구대회도 생겼다”고 말했다. 황연수씨도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도 생겼고 대학교클럽 주장들이 있는 단톡방도 있어 대회를 개최하고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지현 회장과 황연수씨는 “여자축구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지만 대학교 클럽이 많이 생기는 만큼 기업들이 조금 더 관심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2019 전국 대학여자축구대회 샤컵 경기 장면. 서울대여자축구클럽팀(SNUWFC) 제공

이번 대회에는 총 12개 팀이 출전했다. 강남대, 경기대, 고려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제주대, 한양대, 숙명여대다. 이들은 21~22일 이틀 동안 3개팀씩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조별리그 상위 8개팀이 토너먼트로 마지막 승부를 가렸다.

우승컵은 연세대가 가져갔다. 연세대는 결승전에서 이화여대를 2-0으로 꺾었다. 한양대와 숙명여대가 공동 3위에 자리했다. 김선경씨(연세대)가 득점왕에 올랐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김소현씨(이화여대)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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