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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우리는 둘보다 나은 셋!” 인천 고교동창 힙합그룹 리듬파워의 정규앨범 도전 [인터뷰]

지난 24일 데뷔 첫 정규앨범 ‘프로젝트 에이(A)’를 발매한 3인조 힙합그룹 리듬파워. 왼쪽부터 멤버 보이비, 지구인, 행주. 사진 아메바컬쳐

각자 다른 개성의 랩퍼 보이비(본명 김성경), 지구인(본명 이상운), 행주(본명 윤형준)로 구성된 힙합그룹 ‘리듬파워’는 그들의 지금을 있게 한 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의 표현을 빌려 표현하자면 ‘둘 보다 나은 셋’이다. 다이나믹 듀오가 이전 셋이었던 그룹보다 둘인 자신들이 더 낫다고 주장을 하고 다녔다면 인천 인하부고 출신으로 고등학교 친구에서 이제는 음악적 동반자가 된 이 셋은 ‘하나 보다, 둘 보다 그 무엇보다 나은 셋’이라는 표현이 좋을 것 같다. 이들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고교시절 이후 흔히 있는 진학과 군대 그리고 사회진출과 그에 따른 시련을 나란히 어깨를 걸고 버텨냈다.

이들이 2010년 그룹 ‘방사능’으로 데뷔 EP를 낸 후 9년 만에 데뷔 첫 정규앨범을 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행보 때문에 ‘셋보다 혼자가 더 나은 것이 아니냐’ 심지어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그들은 이러한 세간의 시선에 대해 앨범의 제목으로 답했다. 바로 ‘프로젝트 에이(A)’다. 1983년 성룡, 홍금보, 원표 세 명이 뭉쳐 악당을 물리치는 홍콩 대표 코미디 영화였던 이 작품과 리듬파워는 결을 같이 한다. 비록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모습들이지만 뭉치면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강함을 낸다는 것. 그게 그들이다.

“저희 셋 외모만 봐도 누가 성룡, 홍금보, 원표인지 대략 알 수 있죠. 행주가 민소매에 근육질을 과시하는 성룡이고, 지구인은 원표의 옆돌기 하면서 ‘날쌘돌이’ 느낌을 그대로 갖고 있어요. 저는 홍금보 형님처럼 많이 맞지만 묵직한 리더의 느낌이죠. 이러한 부분으로 제목을 정했어요.”(보이비)

지난 24일 데뷔 첫 정규앨범 ‘프로젝트 에이(A)’를 발매한 3인조 힙합그룹 리듬파워. 왼쪽부터 멤버 보이비, 지구인, 행주. 사진 아메바컬쳐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식스에이엠(6AM)’을 비롯해 ‘될놈될’ ‘예비군’ ‘바보언덕’ 등 다채로운 느낌의 6곡이 수록됐다. 우선 최근 전 세계 힙합씬에서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는 영국의 힙합장르 ‘UK 아프로’의 흐름을 많이 담았고 붐뱁과 트랩, 서정적인 느낌까지 마치 하나의 영화를 보는 듯한 구성도 독특하다. 가장 독특한 것은 정규앨범이지만 ‘피지컬 앨범’ 즉 손에 잡히는 CD가 없는 ‘디지털 앨범’이라는 점이다.

“정규라는 이름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아요. 요즘 음악시장에는 정규나, EP 같은 명칭은 그리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냥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음악을 세 친구가 만들었고 그 제목을 붙여야 하는데 그저 ‘정규’의 이름이 필요했던 거죠.”(행주)

타이틀곡 ‘식스에이엠’은 마치 그들이 엠넷 ‘쇼미더머니’에서 이름을 알렸던 노래 ‘호랑나비’의 후속곡 같은 노래다. 클럽에서 최선을 다한 남자들이 새벽이 오는 거리에서 달콤한 씁쓸함을 느끼는 모습을 서정적인 느낌으로 담았다. 6곡 중 유일하게 보컬의 요소가 첨가돼 대중성도 확보했다.

“앨범 공백기 때문에 팀으로 인식이 덜 된 것 같아서, 성공 보다는 저희 셋이 팀이라는 모습을 인식시켜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지구인)

지난 24일 데뷔 첫 정규앨범 ‘프로젝트 에이(A)’를 발매한 3인조 힙합그룹 리듬파워. 왼쪽부터 멤버 보이비, 지구인, 행주. 사진 아메바컬쳐

실제 리듬파워는 2002년 인하사대부고에 입학한 세 명의 친구가 함께 음악을 하게 된 팀이다. 많은 그룹들이 학창시절을 보내고 음악을 하면서 여러가지 필요에 의해 다시 뭉치는 것과 달리 이들은 고교시절 놀던 친구들이 그대로 함께 음악을 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학창시절과 추억이 다른 이의 이야기가 아니며 정서적인 부분으로 많은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인천출신인 이들이 ‘아이(I)타운’이라며 인천을 추켜세우는 표현을 하고 월미도나 구월동 등 인천 지명을 자주 이야기하고 급기야 인천관련 홍보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뭉쳐있는 이들이었지만 팀으로서의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방사능’으로 결성됐다 다시 리듬파워로 재편됐고 이후까지 피처링으로 간간히 이름을 알리던 이들은 2015년 멤버 지구인이 엠넷 ‘쇼미더머니4’에서 독특한 음색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따로 이름을 알렸다. 그 다음 시즌에는 보이비, 그 다음 시즌에는 행주의 이름이 알려졌다. 심지어 행주는 ‘쇼미더머니6’에서 우원재, 넉살 등 강자들을 제치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팀으로서의 영광이 더 중요하다.

“저희를 보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김치, 피자, 탕수육’이라는 표현을 쓰는 분들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많은 분들의 입장에서는 셋이서 하는 결과물이 거의 없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팀으로서의 저희를 알리는 건 저희의 몫이죠.(보이비)”

지난 24일 데뷔 첫 정규앨범 ‘프로젝트 에이(A)’를 발매한 3인조 힙합그룹 리듬파워. 왼쪽부터 멤버 보이비, 지구인, 행주. 사진 아메바컬쳐

이들은 다이나믹 듀오가 만든 ‘아메바컬쳐’의 장수 뮤지션으로서 다이나믹 듀오가 갖고 있는 특유의 ‘친구 출신 그룹’의 정서를 이어받았다. 사장이지만 간섭하지 않고 조언을 하지만 위압하지 않았던 선배 다이나믹 듀오의 모습에서 이들은 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음악적 자양분을 받았다. 선배들은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김태호PD의 예능 ‘놀면 뭐하니?’의 ‘릴레이 음원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시 화제가 됐다.

“굉장한 영광이었죠. 큰 뮤지션 분들이 참여하시는 프로젝트였고요. 저희가 워낙에 김태호PD, 유재석 형님을 좋아했거든요. 제안을 받았을 때 생각할 것도 없이 ‘기회를 주시면 탬버린이라도 치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보이비)

어쨌든 이번 앨범은 그들에게 ‘숙원’이자 하나의 ‘도전’이다. 더이상 셋이 아닌 ‘김치, 피자, 탕수육’도 아닌 ‘리듬파워’로 기억되는 시작. 인천 출신 겁없는 세 악동의 농익은 호흡은 그들을 기다리는 설설 끓는 무대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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