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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진의 가을이야기] ‘기억 나니?’ 정보명 동의대 감독이 되살려낸 가을의 추억

지난 10일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대학 야구부 우승을 차지한 동의대. 정보명 동의대 감독 제공

“정말 신기한게 그 때가 떠오르는 거 있죠?”

정보명 동의대 감독(39)은 지난 10일 자신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2월을 떠올렸다. 8개월 전 정보명 감독은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해보겠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동의대의 최근 전국체전 우승은 2001년, 무려 18년 전이다. 정 감독은 윤성환(삼성), 신재웅(SK), 손시헌, 최경철(은퇴) 등과 함께 2000년, 2001년 2년 연속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정 감독은 대학 졸업 후 신고 선수로 2003년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2013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상무, 롯데 코치를 거치며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았다.

금메달을 목에 건 정보명 동의대 감독. 정보명 감독 제공

지난해 11월 동의대 감독 제의를 받아 모교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게 된 정 감독은 자신이 했던 것처럼 제자들을 전국체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려놓았다.

첫 경기인 충남 단국대와의 경기에서는 승부치기로 5-4로 신승했다. 2차전인 성균관대와의 경기에서는 비가 와 추첨을 통해 승리를 차지하는 운도 따랐다. 랭킹 1,2위를 모두 넘어선 뒤에는 순탄하게 우승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프로에서 나온다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프로에서 코치로 5년 동안 배웠던 부분들을 토대로 내가 팀을 만드는게 정말 재미있었다. 결과가 잘 나왔을 때 뿌듯하다”고 했다.

반면 마음이 아픈 부분이 있다. 아마추어 야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프로 진출이다. 하지만 좁디 좁은 프로의 문을 모두 통과할 수 없다. 동의대는 지난 8월말 열린 2020 신인드래프트에서 단 한 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해냈다. 투수 노상혁이 NC에 전체 91순위로 뽑혔다. 20명의 대졸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정 감독은 당시 현장을 찾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구단 스카우트들을 만나서 신고선수라도 우리 선수들을 받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러 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신고선수로 가게 된 선수도 단 한 명 뿐이었다.

그 외의 선수들은 대학 졸업 후 야구 선수가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해야하는 처지다. 결승전에서 선발 등판해 7.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던 김재현도 마찬가지다.

정 감독은 “여기서 선수들이 기량이 느는 모습을 보고 좋은 선수들이라고 생각하는데 프로에 못 가게 되면 마음이 아프다”며 “1년에 20명 정도의 대학교 선수들이 프로로 간다.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일단은 1년을 달려온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우승을 하게 되면 2달의 휴가를 준다고 약속을 한 바 있다. 정 감독은 “올해 모든 성적을 다 냈으니까 약속은 지킨다”고 했다. 긴 휴가가 끝나면 다시 내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나갈 계획이다. 정 감독은 “재정비해서 내년부터 또 다시 성적을 내고 싶다. 우승을 꾸준히 해서 제 2의 부흥기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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