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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82년생도 ‘김지영’도 아닌 ‘82년생 김지영’

영화 ‘82년생 김지영’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편파적인 한줄평 : 우울한 시각, 얕은 깊이.

시대 변화에 흔들리며 살아온 1982년생을 제대로 그리진 못했다. 보편적인 여성상 ‘김지영’을 담아내는 것도 절반만 성공했다. 자아 실현 방법은 행복한 삶을 사는 게 아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일까. 편협한 여성상이 오히려 아쉬운,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다.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원작을 기초로, 정유미·공유·김미경 등이 의기투합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제작단계부터 ‘젠더 이슈’로 일각의 각종 비상식적인 테러에 시달렸다. 단순한 영화 제작이었을 뿐인데도 이 논란은 ‘혐오’ 시류와 맞물려 성 대결로까지 번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만들어진 터라, 기왕이면 반대편에 있는 이들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깊이감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50%’ 아쉽다. 여성으로서 차별 받는 사회 구조의 비합리적인 면에 치중하다보니, 시대적 변화에 따른 1982년생 여성의 삶을 깊이있게 해석하질 못했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 인적 요인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존감 높낮이를 ‘회사를 다니는’ 여부로만 구획지으려 하니 ‘회사를 다니지 않는 주부는 우울한 삶’이라는 인상마저 남긴다. 물론 사회의 성차별, 독박육아의 고통, 경력단절의 우울을 겪은 이라면 일정 부분 공감할 순 있다. 문제는 ‘일반화의 오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참된 사람으로 기르는 데에 힘쓰는 삶의 가치도 분명 소중한 것임을, 그리고 그 삶의 방향은 개개인의 선택임을 함께 그려줬더라면 얼마나 균형감 있는 ‘여성 영화’가 됐을까.

1982년생들(혹은 전후의 출생자들까지도)의 핵심 키워드도 잘 읽어내질 못한다. 이제 곧 40살을 앞둔 이들의 삶 속에는 늘 ‘극과 극’ 가치관이 부딪히고 있다. 머리 쪽진 할머니가 ‘남존여비’를 일컬을 때 손녀는 ‘커리어우먼(career woman)’을 꿈꿨고, MBC ‘아들과 딸’과 KBS2 ‘딸부잣집’이 연이어 유행했다. 마지막 ‘국민학교’ 졸업 세대이며 수능 특차 전형 막차를 탔고, IMF(1997)로 휘청인지 5년만에 2002 한일월드컵의 축제에 흥청망청했다. 그 안에서 여자든 남자든 갈피를 잡지 못했고, 갈팡질팡했다. 기준이 흔들렸고, ‘과도기’란 말에 익숙해졌다. ‘82년생 김지영’이란 짧은 말엔 이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셈이다. 러닝타임 118분 필름에선 지나쳤지만.

다행히 중반 이후부터는 영화의 강점이 발현된다. 주인공 ‘지영’(정유미)의 이야기에 엄마 ‘미숙’(김미경)의 서사가 깊숙히 들어오면서 ‘엄마와 딸’ 사이 애틋한 감성을 자극한다. 엄마가 생각나서라도 눈가가 촉촉해진다. 또한 영화로나마 ‘여성의 삶’ 그리고 ‘엄마의 삶’을 환기해볼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연기력은 나무랄 데 없다. 정유미와 공유는 벌써 세번째 호흡이라 이질감 없는 ‘케미’(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공민정·박성연·김성철·이봉련·이얼 등 신선한 얼굴들도 제몫을 해낸다. 특히 김미경은 ‘국민 엄마’답게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아버린다. 오는 23일 개봉.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1개

■흥행참패지수 :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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