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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하는 멀티 국가대표…KT ‘0’의 굴욕 벗겨낸 황재균-강백호

야구 대표팀에 합류한 KT 황재균(왼쪽)과 강백호가 지난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야구 대표팀은 아찔한 경험을 했다. 포수 진갑용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막내인 강민호가 선발 마스크를 썼으나 9회초 퇴장당하는 바람에 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진갑용이 불굴의 의지로 출전해 마지막까지 승리를 지켰지만, 당시 대표팀을 지휘한 김경문 감독은 “포수 출신인 이택근을 내보내야 하나 엄청 고민했다”고 돌이키곤 한다.

야구가 늘 그렇듯 극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국제대회 경기에서는 더욱 돌발 상황의 가능성이 높다. 김경문 감독이 “국가대표에서는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제2회 프리미어12를 준비하는 야구 대표팀의 황재균(32)과 강백호(20·이상 KT)가 ‘일당백’ 국가대표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KT의 3루수인 황재균은 이번 대표팀에서 ‘백업’이다. 주전 3루수 최정(SK)의 뒤를 맡는 황재균은 박병호(키움)가 주전으로 뛸 1루수 역시 백업 1순위다. 유격수도 가능하다. 이번 대표팀에 유격수는 김하성(키움)이 유일하게 뽑혔다. 그러나 원래 유격수 출신인 김상수(삼성)과 3루수인 허경민(두산)이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고 김경문 감독은 “유격수 3번째 백업이 황재균”이라고 구상하고 있다.

각 팀의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국가대표에서는 스타급 선수들도 백업으로 뛸 것을 감수해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역시 1루수가 가능한 김현수에 대해서는 타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가능하면 지명타자로만 출전시킬 계획이다. 박병호의 뒤를 받쳐 1루수 백업을 맡아줄 선수가 필요한데 황재균에게 그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감독은 “(백업이라는 점에서) 황재균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 대표팀에서는 희생을 해주는 선수들이 있어야 하는데 황재균이 그런 대표적인 선수”라며 “현재 타격 컨디션도 제일 좋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대표팀은 대회 시작 전 11월1~2일에 푸에르토리코와 평가전을 갖는다. 1일 첫 경기에는 대표팀에 가장 먼저 합류한 선수들이 선발 출전해 실전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황재균은 이 경기에서 1루수로 출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KT의 중심타자인 강백호 역시 대표팀에서는 백업을 맡는다. 외야 백업이자 대타 자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서울고 시절 포수이자 4번 타자로 뛰면서 투수로도 활약했던 강백호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외야수로 변신한 데 이어 투수로도 등판한 ‘팔방미인’이다. 시즌 막바지인 9월29일 삼성전에서는 중간계투로 등판해 1이닝을 무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는 깜짝 호투를 보여줬다. 지난 4월20일 롯데전에서는 연장전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1.1이닝을 뛰기도 했다.

강백호는 국가대표에서도 포수 훈련을 하게 됐다.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맞이했던 위기를 잊지 못하는 김경문 감독은 “이번에 포수를 3명 뽑을까 고민했지만 2명을 뽑게 됐다. 혹시 모르니 (강)백호를 포수 준비시켜놓자고 진갑용 배터리 코치에게 지시해놨다”며 “백호가 포수로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표팀 포수로는 양의지(NC)와 박세혁(두산)이 있다. 혹시모를 비상사태를 강백호가 준비한다. 역시 포수 준비 지시를 받은 강백호는 “감독님 말씀이 진심이시더라”고 웃으며 “문제 없다.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백호 역시 1일 평가전에는 외야수로 선발 출전할 전망이다.

1년 전, KT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단 한 명도 선발되지 못하는 수모를 안았다. 이후 최정의 부상으로 황재균이 추가 발탁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는 했으나 ‘최종엔트리 0명’의 충격은 매우 깊게 남았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에 KT는 2명이 선발돼있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멀티’ 활약으로 주전만큼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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