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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 ‘더 CJ컵’ 타이틀 탈환

20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더 CJ컵 @ 나인브릿지’에서 각각 1, 2위로 경기를 마친 저스틴 토머스(미국·왼쪽)와 대니 리(뉴질랜드)가 악수하고 있다. 서귀포 | 연합뉴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9)의 긴 이글 퍼트가 홀을 맞고 돌아나왔다. 대니 리는 퍼터를 그린에 떨어뜨린 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관중석에선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승부는 그렇게 저스틴 토머스(26·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인 ‘더 CJ컵’의 초대 챔피언 토머스가 2년 만에 타이틀을 되찾았다.

토머스는 20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파72·7241야드)에서 열린 ‘더 CJ컵’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나흘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토머스는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9·18언더파 270타)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날 라운드는 3위에 3타 앞선 공동 선두로 시작한 토머스와 대니 리의 매치 플레이처럼 진행됐다. 바람이 잦아든 화창한 날씨 속에서 이들은 기량을 마음껏 자랑했다.

기선은 토머스가 잡았다. 토머스는 특유의 힘찬 스윙으로 1번(파4)·3번(파5) 홀에서 버디를 잡아 먼저 치고나갔다. 특히 3번 홀 두 번째 샷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린 쪽을 막고 있는 나무를 돌아가는 드로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버디를 기록했다.

대니 리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전날 “부모님, 아내 모두 한국 사람이고 할아버지도 한국에 계신데 그동안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선전을 다짐했던 터였다.

대니 리는 4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 이 홀에서 보기를 한 토머스와 다시 공동 선두를 이뤘다. 이어 7번 홀(파3)에서 버디를 보태 단독 선두까지 됐다. 토머스가 곧바로 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공동 선두를 이뤘고, 13번 홀까지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이후 균형이 갑자기 토머스 쪽으로 기울었다. 토머스가 먼저 14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앞서나갔다. 반면 대니 리는 파4인 15번·16번 홀에서 연속 ‘벙커에서 벙커’ 샷을 했다. 티샷과 두 번째 샷을 모두 벙커에 빠뜨린 뒤 두 홀 연속 보기를 하면서 토머스에 3타 차로 뒤처졌다.

대니 리는 토머스에 2타 뒤진 채 경기한 18번 홀(파5)에서 마지막 기회를 노렸다. 전날 20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홀이다. 하지만 약 10m 거리에서 시도한 이날의 이글 퍼트는 홀을 맞고 옆으로 흘렀고, 승부가 갈렸다. 2015년 그린 브라이어 클래식 이후 4년 만의 PGA투어 우승 기대도 무산됐다.

2년 전 이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토머스는 다시 세계랭킹 끌어올리기에 나설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 손목 부상으로 한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토머스는 현재 세계랭킹 5위다.

토머스는 우승 뒤 “대니 리가 오늘 워낙 플레이를 잘해 매우 힘겹게 우승했다”면서 “압박감 속에서도 샷을 잘했던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글로 된 우승 트로피를 두 번째 갖게 된 그는 “아직 한글로 내 이름을 쓰는 것을 익히지 못했지만 열심히 연습하면 내년에는 잘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낸 안병훈(28)이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6위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맏형’ 최경주(49)는 12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내는 등 이날 5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16위에 올랐다. 안병훈에 이어 한국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순위다. 시니어투어 출전자격을 얻는 내년에도 PGA투어에 전념할 계획인 최경주는 “2019~2020시즌 목표는 상위 125위 안에 들어 2020~2021시즌에도 PGA투어 시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대회 전 목표로 했던 ‘톱10’에는 못들었지만 많은 포인트를 받아 시즌 목표를 이루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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