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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괴짜 공학박사 김동국 “나를 위해 만든 퍼팅 연습기, 지구촌 골퍼들이 더 사랑”

퍼티스트 김동국 대표가 최근 경기 분당 한 커피숍에서 퍼티스트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대학 시절 공학도였다. 석박사 학위도 모두 공학을 공부하며 받았다. 그때만해도 “골프는 일부 선수들만 하는 것이며 TV로나 볼 수 있는 종목”이라고 여겼다. 그런 그가 2006년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서 퍼트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일정한 거리를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자신의 퍼팅 실력 향상을 위해 만든 게 지금은 많은 골퍼들로부터 사랑받는 제품이 됐다. 퍼트와 예술가 영문 표현을 합해 붙여진 이름이 ‘퍼티스트’다.

퍼티스트 김동국 대표(51)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가진 인터뷰에서 “퍼트는 방향보다는 거리가 중요하다”며 “어떤 그린에서도 일정한 거리만 보낼 수 있다면 모든 퍼트를 투 퍼트 안에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퍼트를 잘하려면 1m 단위로 훈련하면서 ‘퍼팅 미터’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스리 퍼트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퍼티스트는 2010년 출시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약 5만대 가량이 팔렸다. 일본에 매년 300개 정도가 수출되고 있다. 김 대표는 “IT 기술을 이용한 퍼트 연습기는 퍼티스트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며 “내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일본, 미국 등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퍼티스트를 이용한 퍼팅 훈련 장면.

-언제 퍼팅 연습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나.

“2006년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직원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압전센서를 이용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과거에는 실제로 벽에다 공을 치는 식으로 퍼팅 훈련을 했다. 이후에 나온 게 공을 홀에 넣으면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오는 것 정도였다. 쉽게 싫증을 느껴졌고 공이 돌아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에 연속적인 반복 훈련을 통해 근육이 퍼팅감을 기억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훈련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품을 좀 설명해달라.

“압전센서를 이용했다. 공이 센서에 맞는 순간 힘을 계산해서 굴러가는 예상 거리를 보여준다. 최대 15m까지 측정된다. 공이 센서 복판에 맞지 않고 빗나가는 것도 알려준다. 퍼트는 방향보다는 거리가 중요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도 3m 퍼트 성공률이 50%밖에 안 된다. 퍼트는 그만큼 어렵다. 퍼티스트는 중장거리 퍼트를 홀컵 1m 안에 붙이는 게 목표다. 이걸로 꾸준히 훈련하면 스리 퍼트를 피할 수 있다. 퍼티스트가 스리 퍼트 킬러로 불린다.”

-직접 해보니 타수를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나.

“퍼티스트는 사실 나를 위해 만든 제품이었다. 지금도 나는 거의 매일 퍼티스트로 훈련하고 있다. 퍼티스트 덕분에 이전에 자주 범한 스리 퍼트를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다. 에버리지는 80대 초중반 정다. 드라이버가 문제일 뿐 퍼트 고민은 없다.”

압전센서를 이용한 퍼티스트.

-유명 골퍼들도 사용하고 있나.

“스타 마케팅은 거의 하지 않았다. 우연히 알게 된 이보미와 김인경이 우리 제품을 썼다. 이보미는 오래전부터 썼고 김인경은 2015년 겨울부터 사용했다. 김인경은 퍼티스트 덕을 조금은 보지 않았나 싶다. 김인경은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짜리 퍼트를 넣지 못해 우승하지 못하지 않았나. 그 후 김인경은 2016년이 돼서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컵을 안았다. 그때 정말 내 일처럼 기뻤다. 김인경은 지금도 1m 단위로 끊어 퍼팅 훈련을 하고 있고. 그 영상을 내게 보내줬다.”

-지금 얼마나 판매되고 있나.

“지금까지 9년 동안 5만개 정도를 판매했다. 지금은 한 달에 500개 정도가 팔린다. 소비자가 기준으로 보면 연간 매출은 8~9억원이다. 출시 당시 하루 10개 판매가 목표였는데 3년째부터 그렇게 되고 있다. 지금도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연간 매출이 줄어든 적이 없다. 우리가 직접 개발한 압전센서를 쓰기 때문에 남이 만든 센서를 사서 제작한 다른 유사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공장도 대전에 있어 유통이 수월하다.”

일본 골프박람회에 마련된 퍼티스트 부스. 김동국 대표 제공

-수출은 어떤가.

“지금 일본으로 연간 300개 정도가 나간다. 2011년 일본 수출량이 꽤 됐는데 지금은 약간 주춤하고 있다. 일본 유통망을 재점검하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일본 수출에 중점을 둔 뒤 미국 시장 개척에도 나설 방침이다. 일본, 미국, 동남아 등에서 열리는 골프 박람회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나는 엔지니어인데 제품 제작뿐만 아니라 홍보, 마케팅, 판매 등을 모두 해야 하는 게 어렵다. 하지만 누구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외국 반응은 어떤가.

“퍼티스트는 일본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몇몇 일본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퍼티스트 같은 제품은 외국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퍼트 훈련기 효과를 알게 된다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다.”

김인경이 1m 단위로 퍼팅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김인경이 퍼티스트 김동국 대표에게 보내왔다. 김동국 대표 제공

-제품이 약간 고가라는 느낌도 든다.

“가격은 소비자가 기준으로 14만9000원부터 16만9000원 사이다. 압전센서는 크게 충격을 받지 않은 한 영구적이다. 충격을 어느 정도 받아도 다시 미세조정하면 다시 쓸 수 있다. 한 번 사면 평생을 쓸 수 있는 제품이라 비싸다고 볼 수 없다. 그래도 가격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들이 있어 10만원 이하 제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내수는 얼마가 포화상태라고 보나.

“100만개 정도다. 우리가 지금까지 5만개를 팔았으니 아직도 퍼트연습기 시장은 블루 오션이다. 지금 판매 중인 퍼티스트에 3·6·9게임, 랜덤게임인 7UP 등을 가미했고 앞으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 원격으로 퍼팅 대회를 열기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다. 실제 골프장에서 퍼팅 전문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퍼티스트 기술력을 자신한다. 퍼티스트가 골프 훈련을 하는데 감초처럼 쓰여질 것이다. 퍼티스트를 퍼팅 연습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만들고 싶다. 퍼티스트가 타이틀리스트처럼 되는 날을 꿈꾼다.”

■ 김동국 대표는?

김동국 대표는 고려대 재료공학과 86학번이다. 졸업 후 카이스트에서 다이아몬드 합성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우전자 중앙연구소에 입사해 선임연구원으로 압전센서를 연구했다. 4년 동안 일하다가 1996년 다시 카이스트에서 산학 합동 연구를 진행했고 2001년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2000년 “자의반 타의반”으로 세운 (주)피에조랩은 압전센서 관련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김대표는 2006년쯤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서 흥미를 느꼈고 2009년 (주)퍼티스트를 설립했다. 퍼티스트는 카이트스의 센서기술과 이노디자인의 디자인이 합해서 만든 제품이다. 김 대표는 “엔지니어로 압전센서를 제작하다가 골프하는 재미에 빠져 퍼팅 연습기를 만드니 주객이 전도된 셈”이라며 “B2B를 주로 하다가 B2C 비즈니스를 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 평균 타수는 80대 초중반이다. 김 대표는 “퍼티스트 사업을 성공시킨 뒤 압전센서를 파는 본업에 다시 충실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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