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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인들의 생존기 ‘우먼 인 할리우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영화 배우이자 감독인 나탈리 포트만은 “스튜디오에서 여성 감독을 딱 세명 만났는데 그 중 한명은 나 자신”이라고 토로한다.

31일 개봉하는 ‘우먼 인 할리우드’는 188편의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 종사자 96명과 가진 인터뷰,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 안과 밖에 만연한 성차별에 기반한 기회 불균등에 관해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경험과 회고들은 할리우드라는 전쟁터에서 차별이라는 포화를 뚫고 생존한 여성 영화인들의 생존기다.

‘우먼 인 할리우드’에 따르면 할리우드 초기인 무성영화 시절에는 여성 감독이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많은 여성들이 연출과 제작, 각본에 참여했지만 토키시대(유성영화) 시대로 넘어 오면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음향 장비 등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금융업계 등에서 지원 받으면서 부유한 백인남성이 지배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 번 기울어진 환경은 아직도 거의 시정되지 않았다.

이 영화는 또 최근 논란이 된 ‘미투’ 문제까지 다루며 재능 있는 여성 영화인들의 좌절과 실패를 그들 자신이 직접 들려준다. 그 과정에서 희극영화 거장으로 존경 받는 멜 브룩스 같은 인물의 성차별적인 발언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1980년대 중반에 여성 영화감독이 미국 영화 스튜디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였다는 수치는 공포감을 줄 정도다. 영화 속 자료에 따르면 1990~2005년 전체관람가 등급 흥행작 상위 101편 중 대사가 있는 역할 72%는 남자 몫이었다.

‘트와일라잇’ 캐서린 하드윅 감독과 ‘원더 우먼’ 패티 젠킨스 감독,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허트 로커’로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과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브렌다 채프먼 감독, ‘델마와 루이스’로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서 각본상을 받은 캘리 쿠리 등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감독, 작가, 제작진 등이 여성으로 스튜디오에서 겪은 냉대와 어려움을 토로한다.

배우들 롤모델로 꼽히는 메릴 스트립과 ‘그레이 아나토미’ ‘킬링 이브’ 산드라 오, ‘캐롤’ ‘토르: 라그나로크’ 케이트 블란쳇, ‘금발이 너무해’와 ‘빅 리틀 라이즈’ 제작과 주연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 ‘미스 슬로운’ 제시카 차스테인, ‘레옹’ ‘블랙 스완’ 나탈리 포트만과 ‘캐리’ ‘마담 싸이코’ 클로이 모레츠 등 스타들도 영화 산업 내부에서 성차별을 당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샤론 스톤은 연기지도를 이유로 자신의 무릎에 앉으라고 요구했던 감독을 회상하며 “톰 크루즈에게도 그렇게 하냐”고 반문한다.

지나 데이비스는 성차별에 부당함에 맞서 직접 ‘미디어 젠더 연구소’까지 설립을 했다. 리즈 위더스푼은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작품을 기다리다 결국 자신이 제작사를 차려 ‘와일드’를 만들었다.

메릴 스트립은 남성들에게 “21세기에 기사도가 필요하다”며 여성 영화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다. 지나 데이비스는 “어린이 프로그램에서조차 여자 캐릭터가 훨씬 적다. 여자는 재미있거나 중요한 일의 절반도 하지 못한다.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여자는 남자보다 가치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여자는 세상의 반도 차지하지 못한다고, 중요하지 않다고, 열등한 시민일 뿐이라고 주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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