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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세리머니 폭탄’에 담긴 4번 타자의 자존심…박병호 “그럴 땐 쳐내는 수밖에”

박병호가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2회 프리미어12 조별리그 C조 쿠바전에서 3회말 안타를 친 뒤 LG의 ‘안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박병호(33·키움)는 올시즌 KBO리그 홈런왕이다. 리그 대표 홈런타자이며 최초의 4년 연속 홈런왕이자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때린 한국의 거포다.

그러나 지난 7일 제2회 프리미어12 조별리그 캐나다전에서는 굴욕을 당했다. 2-0으로 앞서던 8회초 1사 2루에서 캐나다는 3번 타자인 이정후를 고의 4구로 내보내고 4번 박병호와 승부를 택했다. 박병호가 앞서 호주와 1차전부터 이날 캐나다전에도 전 타석까지 안타를 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굴욕을 당한 박병호의 잘 친 타구는 3루수에게 또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이 타구를 통해 박병호의 타격감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길었던 침묵을 드디어 깼다. 2경기 부진에도 여전히 4번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이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로 이번 대회 처음으로 침묵을 깼고, 2-0으로 앞선 5회 말 1사 1·2루에는 중전 적시타로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추가점을 뽑았다.

박병호는 쿠바전을 마친 뒤, 전날의 굴욕적이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꼭 치고 싶었다.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성공을 하는 것뿐이다. 오늘 상대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자 마자, 그래서 타석에 빨리 들어갔고, 이겨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타를 치고 시원하게 속풀이를 한 박병호는 이번 대표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각 팀의 세리머니를 ‘종합선물세트’처럼 연속적으로 했다. 마치 그동안의 침묵에서 탈출한 뒤 한풀이를 하듯 세리머니 시리즈를 선보였다. 박병호는 “10개 구단에서 다른 팀 선수들이 모여서 한 팀으로 경기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좋은 분위기로 하고 있고 모두가 내 첫 안타에 기뻐해줬다. 그래서 그동안 못했던 각 팀 세리머니를 하면서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싶었다”고 웃었다.

앞서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음에도 이날 쿠바전 역시 4번 타자로 출전한 데 대해서는 “앞선 경기에서 잘 맞는 타구도 나오지 않아 부담도 됐지만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주시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다”며 ‘타격에 들어갈 때마다 격려해주신 것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제 대표팀은 슈퍼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향한다. 박병호는 쿠바전을 통해 눈에 띄게 타격감을 회복했다. 슈퍼라운드에서도 4번 타자로 출전할 박병호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모든 선수들이 인지한 채 대회를 치르고 있다. 분위기는 밝지만 경기할 때는 집중하고 있다”며 “일본으로 넘어가면 더 집중해야 한다. 서로 지금처럼 격려하고 자기 위치에 맞게 책임감 갖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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