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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TV연구소]‘동백꽃 필 무렵’ 까불이 아닌 모성을 말하다

‘동백꽃 필 무렵’ 엄마 캐릭터들. 사진 KBS

“내리사랑이란 게 얼마나 얍삽하고 막강한지, 엄마가 돼보고 나서야 깨우쳤다”

KBS2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공효진)의 대사다.

‘동백꽃 필 무렵’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향연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엄마’였다. ‘동백꽃 필 무렵’ 속 엄마들의 모습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전형적인 엄마상을 고수한다. ‘곽덕순’(고두심), ‘정숙’(이정은)은 물론 ‘제시카 엄마’ ‘노규태 엄마’가 그렇다. ‘향미’(손담비) 또한 자신의 목숨보다 ‘남동생의 엄마 역할’에 충실하다. 아들 ‘필구’를 생각하는 동백의 모성은 말할 나위없다. 드라마 속 ‘엄마’ 요소는 늘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치트키’다. ‘동백꽃 필 무렵’ 속 엄마 캐릭터를 들여다봤다.

■‘엄마는 강하다’ 동백母, 용식母

이들은 자식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엄마들이다. 더구나 ‘정숙’은 모성에 자식을 고아원으로 보냈다는 죄책감까지 얹혀져 자신의 목숨값마저 자식에게 주고 가려는 극단적 희생의 엄마 모습을 보인다. 신장 투석으로 몸이 안 좋은 와중에도 그는 “곰국 끓여놓은 건 얼렸나 모르겠네”라는 자식의 먹거리 생각뿐이다. 또는 자식을 위해 ‘까불이’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불안한 존재, ‘향미’조차도 내 딸 옆에 있는 것이 못미덥다.

‘정숙’과 ‘덕순’은 과거 첫 만남을 가졌던 인연 만큼이나 모성은 이심전심이다. ‘덕순’은 유복자 막내 아들이 기죽을까, “용식이 뒤엔 이 곽덕순이 있어”라며 억척스럽게 아들 뒤를 좇으며 살아가는 엄마다. 군대 선임에 뺨을 맞은 아들을 위해 군대에 닭 300마리를 튀겨 찾아가기도 하고, 아들의 짝으로 미혼모인 ‘동백’이가 못마땅하지만 아들의 순애보를 가장 잘 인지하고 있는 것도 결국 엄마 ‘덕순’이다.

■모성 그 어두운 단면, 제시카母, 노규태母

노규태 엄마, ‘홍은실’(전국향)은 아들이 불륜 의혹으로 이혼을 당하는 순간에도 자식에 대한 어긋난 사랑을 보여준다. 자식 내외가 이혼하는 자리에 합석해 마지막가지 며느리 ‘자영’(염혜란)에 “얘. 너 웃니? 이혼해서 신났어? 너 어디 가서 피해자인 척 하지마”라고 다그친다. 비상식적이지만 모성에 기반한 언행이다.

제시카 엄마 ‘이화자’(황영희)는 이혼하게 될 때를 대비해 딸을 유리한 입장에 세우기 위해 사위의 불륜 증거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진정 딸이 원하는 방향성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 할지언정 ‘화자’는 자식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굳건히 믿으며 자신의 행동을 이어간다.

■그리고 필구母 ‘동백’

마치 대를 잇듯 모성을 표출하는 캐릭터가 ‘동백’이다. 자신의 결핍점이었던 ‘내리사랑’을 자식 필구에게 투영해 사랑을 넘어 불안한 감정마저 갖고 있는 인물이다. 아들을 지켜고 돌보기위해 ‘동백’은 까불이에 동요될 시간조차없이 ‘내일 지구가 멸망한대도 두루치기는 팔아야’ 한다. 홀로 세상에 맞서던 미혼모는 ‘용식’이라는 큰 나무를 만나 마음을 열고 의지하며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전국민이 ‘까불이 찾기’에 몰두하고 있으나 ‘동백꽃 필 무렵’은 미혼모 동백이 꽃을 피우듯 그의 ‘자아’와 ‘행복 찾기’란 걸 잊어선 안된다.

■임상춘 작가가 말하는 ‘모성’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교 김공숙 교수는 “모성이란 인간의 집단 무의식, 즉 일종의 콤플렉스로 누구에게나 작동하는 기제”라며 “‘동백꽃 필 무렵’ 속 모성은 긍정적 측면, 부정적 측면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모두 다루고 있다. ‘모성’은 작가라면 놓칠 수 없는 ‘최고의 보편적 공감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교수는 “보편적인 요소를 얼마나 잘 변주해 시청자를 울리느냐가 좋은 작가의 기본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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