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리미어12] 이제 대표팀도 믿고본다…더 강해진 양현종의 에이스 향기

양현종이 지난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미국전에 선발 등판해 2회 실점 위기를 잘 막아낸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양현종(31·KIA)이 이제는 대표팀에서도 완연한 에이스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5.2이닝 10안타 2볼넷 7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한국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2020 도쿄올림픽 직행 티켓이 걸린 대회에서 양현종은 또 한 번 대표팀의 첫 경기를 잘 지켰다. 지난 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호주를 상대로 6이닝 1안타 무사사구 10삼진 무실점 역투한 뒤 나흘 쉬고 다시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 나섰다. 그 사이 조별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도쿄로 이동한 뒤 또 대표팀의 첫 경기를 맡은 양현종의 컨디션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미국 강타선을 상대로 안타 10개를 맞았다. 그러나 그 중 홈런으로만 1점을 내줬다. 특히 유난히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초반 고전하면서도 포수 양의지와 절묘한 호흡으로 완급조절을 통한 완벽한 위기관리능력을 보였다. 1회부터 1사 만루 위기를 맞고도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끝낸 뒤 2회 2사 2·3루, 4회 1사 1·2루, 5회 2사 1·3루 등 모든 위기를 실점없이 넘겨냈다.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포함해 이날까지 거둔 4승 중 2승을 양현종이 챙겼다.

주자가 쌓여도 크게 불안하지 않은 것은 몇 년 새 달라진 ‘KIA 양현종’의 특장점이다. 2013년까지는 부상과 성적의 기복을 겪었던 양현종은 2014년부터 부동의 KIA 1선발로 뛰고 있다. 올해까지 6년 연속 풀타임 선발 활약하며 두자릿승수를 거두는 사이, 힘으로 밀어붙이려던 어린 에이스에서 완급조절로 컨디션에 맞춰 자신을 컨트롤 하는 고수가 됐다. 양현종의 경기라면 불안감 없이 보는 지금의 KIA처럼 이번 대회를 통해 이제는 대표팀에서도 양현종의 투구는 완전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양현종(왼쪽 위)이 지난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제2회 프리미어12 조별리그 C조 캐나다전에서 9회 한국이 득점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현종이 KIA에서 에이스로 인정받는 가치는 경기 외적인 태도에도 있다. 후배들과 허물없이 지내면서도 사실상 벤치 리더 역할을 하는 양현종은 자신에 이어 던진 불펜 투수들은 물론이고 이닝마다 야수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정규시즌 중계화면을 통해 종종 비춰지던 양현종의 이 모습은 이번 대표팀 경기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 예선 라운드에서는 대표팀이 득점할 때마다 타점을 올린 타자의 다양한 소속팀 세리머니를 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양현종의 모습이 집중 포착됐다. 11일 슈퍼라운드 미국전에서도 6회 2사 2·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양현종은 실점 없이 잘 막아준 이영하와 야수들을 맨앞에서 맞이하고 경기 끝까지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으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끌어가고 있다.

30대 중·후반 베테랑들이 급격히 사라지고 1987~1988년생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이번 대표팀 마운드에서 양현종은 1987년생 차우찬(LG)에 이은 대표팀 ‘둘째 형’이다. 양현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 국가대표로 뽑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3연속 아시안게임과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출전했다. 그동안에는 KIA 에이스지만 대표팀에서는 선발 투수였던 양현종이 이제는 대표팀에서도 완전한 에이스의 빛을 발산하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