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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의 묘수 ‘준비된 멀티 영건’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 경기. 현대캐피탈 김지한이 듀스에서 2세트를 승리하는 공격에 성공 한 후 최민호(왼쪽)의 격려를 받고 있다. 천안 | 연합뉴스

2018~2019 V-리그 남자부 ‘디펜딩챔피언’ 현대캐피탈은 새 시즌 주전 선수들의 부상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트라이아웃 때 뽑은 외인 공격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는 발목 골절상을 당해 2경기만에 짐을 쌌다. 또 다른 공격수 문성민은 지난 8일 한국전력전에서 발목을 다쳐 한 달 이상 빠지게 됐다. 신영석도 허리에 불편함을 느낀 채 경기를 치르고 있고, 전광인도 경기를 치르는데는 문제 없지만 시즌 전 무릎 수술을 받아 컨디션이 100%는 아니다.

천만다행으로 우간다 출신의 새 외인 선수 다우디 오켈로와의 계약이 임박했다. 다만 현재 터키 소속팀이 오켈로의 이적을 허가하는 행정 절차만을 남겨둔 상태다. 여기에 한국에 입국한 뒤에도 취업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남아있어, 현대캐피탈은 향후 3경기 정도 더 외인 공격수 없이 치러야 한다.

때문에 지난 12일 KB손해보험과의 천안 홈경기는 현대캐피탈 입장에서 큰 우려를 안고 치른 시합이었다. 상대가 6연패에 빠졌다고는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외인과 걸출한 국내 공격수 한 명이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김지한이 팀내 최다인 19점을 기록하는 깜짝 활약을 선보인 끝에 현대캐피탈의 3-1 승리로 마무리됐다. 쟁쟁한 센터 선배들인 신영석, 최민호보다 많은 블로킹(5개)을 잡아내기까지 했다.

외인 선수나 문성민이 도맡았던 라이트 자리를 신예선수가 잘 메워줬다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김지한은 학창시절 라이트가 아닌 레프트로 주로 뛴 선수다. 같은 날개 공격수이긴 하지만 레프트와 라이트 포지션을 오가며 뛰는 게 선수 입장에서 쉬울 리는 없다. 그러나 수비 부담을 더는 만큼 충분한 득점을 해줘야 할 라이트 포지션에서 김지한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남자배구 올림픽 예선전이 있는 시즌 중반, 주전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될 때를 대비해 준비했던 카드”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신예 선수의 포지션을 바꿔 깜짝 기용해 재미를 본 적이 또 있다. 지난 시즌 날개 공격수 자원이던 정규시즌 중후반 허수봉을 센터로 깜짝 기용한 적이 있다. 고졸 출신 허수봉은 기대가 큰 유망주였으나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센터 출전도 팀을 대표하는 센터 신영석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나온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허수봉은 그 때를 기점으로 조금씩 출전기회를 늘려가며 자신감을 키워갔고, 포스트시즌 외인 주포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컨디션 난조를 보인 동안에는 라이트 포지션에서 ‘조커’ 이상의 역할을 하며 팀 우승에 일조했다.

한 경기의 활약만으로 김지한이 ‘제2의 허수봉’처럼 성공할 것으로 단언하기는 이르다. 다만 분명한 건 현대캐피탈이 젊은 선수들을 다양한 포지션에 뛸 수 있도록 준비시켜놓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김지한은 레프트 출신의 라이트이지만,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서는 센터로 뛰기도 했다. 12일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공격득점을 올린 구자혁은 원래 포지션이 리베로이지만 이날은 백업 레프트로 뛰며 공격 가능성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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