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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CEO-인간, 그 위의 경계선에 선 지코 “내 안의 다양한 감정, 외면하지 않았어요” [인터뷰]

지난 8일 첫 솔로앨범 ‘씽킹’ 두 번째 파트를 발매하면서 솔로앨범 전곡을 공개한 가수 지코. 사진 KOZ엔터테인먼트

오랜만에 만난 가수 지코는 여러가지로 경계선 위에 서 있었다. 그 경계선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르는 위치의 표식이기도 했지만 그 스스로 경계선 위에서 더욱 예술적 영감을 받는 하나의 터전이기도 했다. 화려하고 날선 이미지의 래퍼 ‘지코’ 그리고 그 이미지로는 차마 다 담을 수 없는 인간 ‘우지호’, 가수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지코’ 그리고 그 지코가 소속된 KOZ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의 ‘우지호’. 지코를 구획짓는 영역은 많아졌지만 그만큼 더 촘촘하고 복잡해졌다. 아티스트로서 하루하루 성장하고 자리를 잡아가면서 겪는 필수적인 성장경로다.

지코는 그룹 블락비의 멤버이지만 지난해 11월 소속사이던 세븐시즌스와의 재계약을 고사하고 광야로 나섰다. 여러 기획사의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그가 택한 것은 회사의 설립이었다. 그는 지난 1월 자신이 대표인 연예기획사 KOZ엔터테인먼트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제작을 시작했다. 이후 10개월의 작업 끝에 첫 솔로앨범 ‘씽킹(THINGKING)’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각각 다섯 곡씩으로 구분돼 ‘파트 1, 2’로 지난 9월과 지난 8일 공개됐다.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건 사운드나 가사에 있어서의 차분함이었다. 아니, 차라리 그것은 ‘가라앉아있다’는 느낌이었다.

“감정을 계산할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지코로 활동할 때는 악동의 모습, 자유분방한 모습, 캐주얼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부각됐잖아요. 제 안에 그런 캐릭터가 분명 있어서 그런 거지만 올해부터는 감정의 결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이런 마음들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그 안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들여다보고 고스란히 담아내려했어요.”

지난 8일 첫 솔로앨범 ‘씽킹’ 두 번째 파트를 발매하면서 솔로앨범 전곡을 공개한 가수 지코. 사진 KOZ엔터테인먼트

그가 그동안 마주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그 안의 감정은 쓸쓸함, 무력감, 희망 다소 복합적인 그러한 감정들이었다. 마침 나이도 20대 후반에 들어서고 있었고, 스스로 회사의 대표가 되면서 자신의 음악적 행로를 어떻게 닦아가야 하나 고민이 많아지던 시기였다. 그의 이러한 고민은 두 파트로 나눠진 앨범의 타이틀곡으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첫 파트의 타이틀곡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지냈던 그가 사람으로부터 상처받고, 사람으로부터 위로받았던 이야기를 모았다. 두 번째 파트의 타이틀곡 역시 ‘남겨짐에 대해’다. 쓸쓸한 분위기의 뮤직 비디오는 배우 배종옥의 출연으로 그 느낌을 더욱 배가했다.

“‘남겨짐’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비롯됐던 노래에요. 주제는 따로 안 나오고 반주와 멜로디가 먼저 나왔는데 가사로 붙일 주제가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집 앞에 공원이 있어 이어폰을 꽂고 산책을 하면서 주제를 계속 떠올렸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밤이 되자 공원에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다 떠나고 저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의 기분으로 ‘남겨짐’이라는 주제를 떠올렸고, 부수적으로 떠오르는 여러 상황을 담았어요.”

첫 파트의 ‘극’ ‘원-맨 쇼(One-man show)’와 두 번째 파트의 ‘디스토피아(Dystopia)’ ‘벌룬(Balloon)’ ‘꽃말’ 등 거의 대부분의 노래가 이러한 사색의 과정을 거쳤다. 다양한 비유와 은유를 통해 ‘펀치라인’으로 통용되던 재기 넘치는 가사는 대폭 줄어들고, 그 대신 오랜 사색을 거쳐 창조된 시적인 가사가 눈을 사로잡는다.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가라앉는 감정이 절로 나오진 않는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걸까.

지난 8일 첫 솔로앨범 ‘씽킹’ 두 번째 파트를 발매하면서 솔로앨범 전곡을 공개한 가수 지코. 사진 KOZ엔터테인먼트

“당연히 활동을 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쌓이고 있었죠. 제가 만들어놓고도 스스로 지코의 이미지와 달라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 감정들에 대해 올해 들어 많이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우지호’라는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앞으로 제게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 의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외부적인 요인의 변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92년생인 그는 우리나이로 스물 여덟이 됐고, 일개 가수에서 여러 가수와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대표가 됐다. 나이가 들며 사색은 저절로 깊어졌고, 책임감이 강조되는 자신의 직함은 스스로 갖고 있고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늘렸다. 그는 오히려 “지금 댄스 음악을 냈으면 마음의 감정은 무표정인데 겉으로만 신나는 척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를 받아들이는 이미지는 많은 분들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것 같아요. 뮤지션이다. 아이돌이다. 굳이 그 경계를 허물고 싶지 않고요. 저라는 사람자체를 구분 지어 생각하는 일을 편견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저를 바라보고 있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요. 대표로서도 마찬가지죠. 하는 일에 있어 차이는 별로 없지만 지금은 조금 예산과 관련한 부분을 조율해야 하니 주어진 예산 안에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은 예산보다는 작품의 질을 더 중요시하지만요.”

지난 8일 첫 솔로앨범 ‘씽킹’ 두 번째 파트를 발매하면서 솔로앨범 전곡을 공개한 가수 지코. 사진 KOZ엔터테인먼트

그가 세운 KOZ엔터테인먼트는 ‘킹 오브 정글(King Of Zungle)’ 즉 ‘정글의 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가 스스로를 이끌어야 할 이 곳이 적자생존, 무한경쟁에 내몰린 상황이라는 걸 정확히 인지하고, 그 정점에 서겠다는 각오를 밝힌 셈이다. 그는 그의 앨범을 마무리 해놓고 KOZ 출신의 후속 아티스트를 후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곧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다.

“회사를 힙합에 중점을 둔 회사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음악도 하고 종합예술을 하는 포괄적인 회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레코즈(Records)’ 등의 이름을 쓸 수 있지만 너무 음악만 하는 회사로 가능성이 좁혀질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그의 회사에는 가수 뿐 아니라 배우 아니면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등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제작을 하면서 배우에 대한 존경심이 커졌다며 전여빈, 천우희 등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블락비 활동에 있어서는 서두르지 않았다. “서로 연락을 자주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회사를 안착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첫 솔로앨범 ‘씽킹’ 두 번째 파트를 발매하면서 솔로앨범 전곡을 공개한 가수 지코. 사진 KOZ엔터테인먼트

“한 장르에 국한되는 뮤지션은 아니었으면 해요. 제 노래는 일반적으로 들뜨고 싶거나 기분이 좋을 때 듣는데, 그 밖의 감정이 들어도 찾아주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최근에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등의 음악을 자주 듣는데요. 항상 벽을 넘는 행보를 보이는 분들이거든요. 매번 결과물에 있어서 변화의 도전을 두려워하고 싶지 않아요.”

어쨌든 여기까지는 앨범을 내는 가수로서의 각오다. 대표 우지호로서 이번 앨범의 의미는 어떠할까. 짐짓 헛기침을 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향후 KOZ의 밝은 미래를 가늠하는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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