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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TV연구소]‘스탠드 업!’ 19금이지만 적절해

KBS2 파일럿 코미디예능 ‘스탠드업’ 출연진들.

안방극장 본격 ‘스탠딩 코미디’의 첫 페이지가 열렸다.

16일 KBS2가 선보인 2부작 파일럿 예능 ‘스탠드 업!’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단순 비교우위에 둘 순 없지만 기존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단연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스탠드 업!’의 백미는 출연자를 기성 코미디언들로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나래가 MC를 맡고 출연자로 박미선, 장도연이 등장했지만 그 이후 터키 출신 기자 알파고,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 수영 강사 송하빈 등이 차례로 무대에 섰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마치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이 스탠딩 코미디 무대 위에서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아픔과 고뇌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의 웃음 속에는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했기에 두 배로 유쾌했다.

‘개그계 대모’ 박미선은 스탠딩 코미디에 첫 도전장을 냈다. ‘67년생 박미선’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선 그는 “자신의 롤모델이 박나래”이라며 “박나래는 돈, 인기, 성욕까지 다 가졌다”며 부러워했다. 또 “아줌마들에게는 의자가 필요한 것처럼 여성 예능인도 마찬가지”라며 “이경규, 강호동, 신동엽, 김구라 이렇게 쭉 앉아 있으면 나도 비집고 앉아야 한다”며 여성 예능인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깔끔한 진행을 통해 방송인 활동이 더 많은 요즘이지만 이번 무대로 ‘타고난 코미디언’이라는 점을 재증명했다. 장도연은 보수적 실제 자신과 파격적인 방송인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된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모든 코미디언들이 생활인으로 고민하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줬다.

장애인 코미디언 한기명은 “안 웃으면 장애인 차별하는 거 같고 웃으면 장애인 비하하는 거 같아 애매한 느낌, 나도 안다”라는 발언은 마치 뒷통수를 맞은 듯한 신선한 충격도 선사했다. 장애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편견과 우려를 정면으로 마주 대하며 유쾌한 웃음을 전했다.

터키 기자인 알파고는 완벽한 한국어 실력과 개그감으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그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했던 재밌는 에피소드를 대방출했는데 “방귀 소재로 웃기고 싶지 않다”는 말이 무색하게 버스에서 만난 방귀 뀐 아저씨 이야기를 맛깔나게 재현해 시청자의 웃음보를 제대로 저격했다.

’스탠딩 코미디’는 미국이 원조다. 어른들의 코미디로 종교, 정치, 성적 농담, 자기 비하 등 민감한 소재에도 자유로워 때로는 보는 이에게 관대감이 요구되기도 한다. ‘스탠드 업!’은 토요일 밤 11시, 19금 표시를 달고 있다. 적정선을 지키며 ‘스탠딩 코미디’의 묘미를 살려낸 국내용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공영방송 KBS의 프로그램인 만큼 그 파격은 더욱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마치 EBS의 펭수처럼 말이다.

새로운 개그, 색다른 재미로 뜨거운 토요일 밤을 선사하고 있는 ‘스탠드 업!’은 다음 주 토요일 오후 10시 45분 2화가 방송된다. 아이들은 재워놓고 맥주 한 잔하며 주말 밤의 즐거움을 맞이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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