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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초점] ‘엘사’부터 ‘김지영’까지…극장가 휘어잡는, 女·女·女

영화 ‘겨울왕국2’ ‘82년생 김지영’ ‘감쪽 같은 그녀’ 한 장면. 사진제공|각 배급사

극장가에 제대로 된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엘사’부터 ‘김지영’까지, 다양한 여성 이야기들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홀리고 있다.

가장 선두에 선 건 ‘겨울왕국2’(감독 제니퍼 리, 크리스 벅)이다. 국내 유일의 천만 애니메이션이었던 전작의 배턴을 이어받아 개봉 6일만에 5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이미 예견된 흥행이었다. 개봉 전부터 90%가 넘는 실시간 예매율로 또 한 번의 열풍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겨울왕국2’의 인기는 단연코 ‘엘사’와 ‘안나’ 덕분이다. 기존 ‘디즈니 공주’들과 다르게 로맨스에만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설정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줬다. 제니퍼 리 감독은 내한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의 바탕은 ‘자매애’다. 여성 둘이 나오면 꼭 싸운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싶었고, 둘이 합심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엘사를 향한 전세계적 사랑을 보면서 여성 캐릭터의 힘으로 영화를 진행해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런 소신이 반영된 덕분에 ‘겨울왕국2’는 주체적 여성 캐릭터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 ‘윤희에게’ 속 한 장면.

국내 영화계의 여성 영화들도 다채로운 이야기로 선전하고 있다. 그 주축이 된 건 ‘82년생 김지영’이다. 출산 이후 여성의 경력단절, 불합리한 사회적 시스템, 이들을 향한 혐오 등을 담아낸 이 작품은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후 한달이 넘어갈 때까지 박스오피스 5위권 안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정유미·공유의 티켓파워도 한몫 했으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야기의 힘이 흥행에 주효했다.

후발주자들도 주목할 만하다. 김희애의 로드무비인 ‘윤희에게’는 엄마와 딸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으로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자신을 부인하고 살아온 ‘윤희’에게 첫사랑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으로, 평범한 여성의 삶과 사회의 보이지 않는 억압 등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작은 영화지만 진정성 하나로 누적관객수 7만을 넘기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27일 개봉한 ‘나를 기억해’와 다음 달 개봉 예정인 ‘감쪽같은 그녀’도 층위가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 컴백작으로 내놓은 ‘나를 기억해’는 아들이 실종된 후 의문의 메시지를 받은 엄마 ‘정연’(이영애)이 처절한 복수를 펼치는 스릴러다. 모성애를 바탕으로 이웃에 관한 무관심, 폭력의 대물림 등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감쪽같은 그녀’는 나문희, 김수안이 이끄는 휴먼드라마로 갑자기 나타난 손녀 ‘공주’(김수안)와 70대 독거노인 ‘말순’(나문희)이 점점 가족이 되어가는 얘기다. 신파가 섞인 다소 전형적인 전개지만, 사회적 약자인 여자 아이와 노인이 서로 보듬어 나가며 자존감을 되찾고 성장해가는 메시지가 건강하다.

과거 주체성만 고민하던 여성영화들보다 진일보한 형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같은 변화의 흐름에 대해 “예전보다 여성의 고민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비교적 영화로 많이 만들고 있기 때문에 양적 증가가 질적 수준으로 이어진 것 같다. 또한 굳이 여성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성숙한 캐릭터로 승화, 남성과 비교를 해서 우위를 점하는 예전 방식이 아니라 정체성을 찾으로 나서는 도전기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을 다루니 굳이 여성주의, 남성주의로 나눌 필요가 없어진 것도 변화 중 하나다. 이는 영화 속 여성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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