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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효-김지호-박성광-허경환-박영진의 인생도전 ‘마흔파이브’, 그들은 왜 무대로 나섰나 [인터뷰]

개그맨 김지호(왼쪽부터), 박성광, 김원효, 허경환, 박영진으로 구성된 그룹 마흔파이브가 첫 싱글 ‘스물마흔살’의 리믹스 음원을 낸 후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다섯이 합쳐 200살! 안녕하세요. 마흔파이브입니다!”

요즘 아이돌 그룹에게는 개성이 있는 인사가 필수다. 인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신인 가수(?)가 탄생했다. 내년 2020년이면 마흔을 맞이하는 1981년생 다섯 명이 모인 그룹 ‘마흔파이브(MAHEUN5)’다.

그룹은 신인이지만 멤버들은 각각 13년여의 연예계 생활 경력이 있다. 마흔파이브는 김원효, 김지호, 박성광, 허경환, 박영진 등 다섯 명의 개그맨들이 모여 만든 팀이다. 이들은 지난달 데뷔 싱글 ‘스물마흔살’을 발표했고 지난 22일에는 이 노래를 좀 더 신나게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버전으로 편곡한 리믹스 음원을 발매했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라운드 인터뷰에 나선 이들은 “이런 경험도 처음이라 무척 떨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저희는 모두 KBS 22기 개그맨 동기들이에요. 한 명이 더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딱 다섯 명이 1981년생 내년이면 마흔이죠. 제가 먼저 해보자고 했어요. ‘용감한 녀석들’처럼 음악코너로 원래 만들어보기로 했던 이름인데 일이 점점 커져서 마흔파이브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저는 빨리 마흔파이브로 활동하고 싶어서 새해가 와서 나이를 얼른 먹었으면 해요.”(김원효)

개그맨 김지호(왼쪽부터), 박성광, 김원효, 허경환, 박영진으로 구성된 그룹 마흔파이브가 첫 싱글 ‘스물마흔살’의 리믹스 음원을 낸 후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던 KBS 22기 개그맨 동기들은 박성광의 집 1층에 있는 치킨집에서 마흔파이브를 결성하고, A4 용지에 여러 문서를 적어서 창단식도 했다. 원래는 밴드 형태의 팀이었다. 김원효가 기타를 치고, 김지호가 베이스, 박영진이 드럼을 친다. 박성광이 키보드를 맡고, 허경환은 원래 함께 기타를 맡았지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선지 색소폰을 하겠다고 우기고 있다. 이들은 이미 ‘마흔파이브’로 상표권까지 등록해 빼도박도 못 한 시작을 함께 하게 됐다.

“항상 마흔이 다가오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긴 했어요. 사실 마흔이라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뭔가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나이에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고, 저희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과 함께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김원효)

이들의 노래 ‘스물마흔살’은 의외로 중간 빠르기의 잔잔한 세미 트로트 느낌의 발라드다. 다섯 명이 모두 재주꾼이다 보니 흥겨운 댄스곡을 예상했다면 허를 찔린 셈이다. 이들은 직접 ‘스물마흔살’을 주제로 가사를 써와 발표회를 가졌고 거기서 유일하게 ‘스물마흔살’이라는 단어만 건졌다. 처음에는 친구와의 우정을 노래한 곡이었지만 가사를 직접 다시 쓰다 보니 훨씬 자전적인 내용이 됐다. “이게 어딜 봐서 마흔이야” “마흔대로 말고 마음대로 살자”는 등의 가사는 그래서 나왔다.

“다양한 콘셉트를 생각했지만 그래도 진정성있게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까불고 하는 부분을 기대하실 것 같아서 따로 편곡해 EDM 버전으로 새롭게 냈고요. 무대 위에서 개그를 할 때와는 다르지만 여러가지로 구상해서 짤 수 있다는 건 행복한 것 같아요.”(박성광)

개그맨 김지호(왼쪽부터), 박성광, 김원효, 허경환, 박영진으로 구성된 그룹 마흔파이브가 첫 싱글 ‘스물마흔살’의 리믹스 음원을 낸 후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동기로 연예계에 데뷔하긴 했지만 ‘개그콘서트’ 전성기를 함께 보낼 때 외에는 혼자하는 활동이 많았다. 그래서 프로젝트 그룹으로서 운영의 어려움도 있었다. 우선 각자 소속사가 다 달라 일정을 조율하는 것부터가 어렵고, 악기 연주와 안무를 구상하고 직접 추는 일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창력을 빠른 시간 내에 개선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박영진은 생각보다 노래에 자신이 없었다. 결국 지지부진한 성과에 리더 김원효는 토라져서 술을 먹고 장문의 심경을 토로한 후 대뜸 대화방을 나가버리기도 했다.

“저는 사실 아무 노래도 안 부르는 조건으로 합류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복면가왕’ 보컬 트레이너 분에게 배웠는데 저는 힘들 것 같다는 거예요. 저는 박자도 쉽지 않아서 드럼연습에 전념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짧은 시간 노력하니까 실력이 많이 늘었고요. 홍진영씨가 정성들여 디렉팅을 해줘서 더욱 좋아진 것 같아요.”(박영진)

이미 몇 차례의 음악방송을 한 이들에게는 선배이자 후배인 다른 동료가수들의 다양한 반응이 돌아왔다. 신인처럼 ‘뮤직뱅크’를 마치고 대기실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데 몇몇 선배가수들은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팬입니다”라고 했고 또 누구는 박성광이 MC를 보던 창작동요제 출신도 있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먼저 데뷔해 비슷한 콘셉트로 활동 중인 송은이, 김신영, 안영미, 신봉선의 ‘셀럽파이브’와 비교하기도 했다.

“비슷한 건 ‘파이브’란 단어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당연히 선배들 영향을 받겠지만 결국 가는 길은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남성그룹이니까 남성그룹의 힘이나 절도 등을 보여드릴 예정이고요. 유부남과 총각 멤버가 공존하는 속에서 모든 세대의 공감대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봅니다.”(허경환)

개그맨 김지호(왼쪽부터), 박성광, 김원효, 허경환, 박영진으로 구성된 그룹 마흔파이브가 첫 싱글 ‘스물마흔살’의 리믹스 음원을 낸 후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마침 유재석도 ‘유산슬’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에 돌입했고 비슷한 스타일의 김영철, 셀럽파이브의 존재도 이들에게는 힘이 된다. 예능에 출연해도 이미 예능을 돌아본 멤버들과 다르게 김지호와 박영진은 ‘예능 신인’이라 신선한 면이 있다. 단순히 이들에게 ‘마흔파이브’는 단순히 추억을 위한 일회성 몸부림이 아니었다. 20대에서 20년을 개그를 위해 달려왔다면 40대부터는 좀 더 큰 세상을 위해 나아가려는 이들의 도전, 그 시작이었다.

“음악 말고도 같이 도전할 수 있는 건 해보고 싶어요. 함께 ‘몸짱 프로젝트’를 해서 운동을 한다든가 여행, 악기 등 해볼 수 있는 도전을 다 해보고 싶어요. 저희와 함께 마흔 살이 되신 분들의 도전을 응원해보고도 싶고요.”(김지호)

그들의 말 대로 마흔파이브의 ‘마흔’은 ‘두 번째 스무 살’과도 같았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남 눈치를 보며, 근엄해야 한다는 틀 속에 갇혀있었다면 이제는 좀 더 자신을 놓고 마음껏 날아볼 생각이다. 연예인으로서의 콘셉트가 아닌 자신들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받아들고 있는 다섯 명의 눈동자에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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