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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용 의정부 시장 “체육예산 줄이는 건 주민 건강 증진 가로 막는 나쁜 짓”

“지자체장이 싫어하는 사람이 체육회장이 됐다고 체육 예산을 줄이는 것은 주민 건강 증진을 해치는 나쁜 짓이다.”

‘희망도시’ 의정부 안병용 시장(63)은 스포츠 가치와 효과에 대해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안 시장은 최근 의정부 시청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내가 힘들 때 나를 살린 게 스포츠”라며 “건강은 돈이나 권력보다 훨씬 중요하고, 체육은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기 전에 선제적으로 해야 하는 복지정책”이라고 말했다.

안 시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3번째 시장 임기를 수행 중이다. 안 시장은 육상장·축구장·야구장 등 300여개 체육시설을 구축했고 야외체력단련시설 200곳도 마련했다. 의정부는 프로배구 KB손해보험 연고지이며 사이클 등 직장 운동부도 3개가 있다. 제갈성렬 감독이 이끄는 빙상팀에는 차민규·김민선이 있고, 유진선 감독이 지휘하는 테니스팀에는 국가대표 정윤성이 소속돼 있다. 의정부 체육 예산은 전체 예산 중 3.5% 정도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안병용 의정부 시장이 최근 시청 시장실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체육 정책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박민규선임기자

-체육에 큰 관심을 가진 계기는.

“나는 사실 운동을 싫어했다. 충주에서 태어난 뒤 네 살 때 상경해 10년 동안 판자촌에서 살았다. 4평 방에 9명이 지내면서 연탄가스도 자주 마셔 몸이 더욱 허약했다. 그래서 체육을 싫어했고 운동복이 없어서 더욱 운동을 안 했다. 2014년 시장선거에 앞서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제한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너무 힘들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테니스를 배우면서 몸도 건강해졌고 쓸데없는 몽상도 사라졌다. 신체적으로 약하고 정신적으로 혼란할 때 필요한 것이 스포츠임을 체험했다. 지금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아내와 테니스를 한다.”

-지금까지 어떤 체육 정책을 펼쳤나.

“비가 올 때 다른 지역 실내코트로 가서 테니스를 치면서 ‘이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실내 코트부터 짓기 시작했다. 현재 실내 테니스장이 10면이 있는데 3면을 추가한다. 경기도에서 실내 테니스 코트가 있는 유일한 곳으로 국제대회도 소화할 수 있다. 배드민턴장도 20면이 있고 6레인인 컬링장도 있다. 빙질은 세계 정상급이다.”

-스포츠가 어떤 힘을 가졌다고 보나.

“스포츠는 건강 수명 연장, 의료비 절감, 정서적·심리적 행복 증진에 큰 역할을 한다. 동시에 개인주의가 팽배한 상황 속에서 사회 격차를 완화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요즘은 소프트파워 시대다. 문화·예술과 함께 스포츠가 국가 브랜드를 결정하고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체육을 수단화하면서 등한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바빠서 운동을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삶이 왜곡된다. 외국은 저녁에 삶의 일부로 스포츠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밤이면 술을 마시는 등 운동을 하지 않고 다른 것을 너무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병도 많이 걸리고 의료비도 증가한다. 사회적으로 보면 적개심도 높아지고 있다. 밤에 운동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학교 체육시설 민간 개방이 체육계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의정부시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 체육시설은 돈이 들어가도 지자체장이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학교 시설은 복합시설로 활용돼야 한다. 학교 바로 옆에 도서관·체육관을 지어 학생과 주민이 함께 쓰도록 해야 한다. 의정부시는 경기도교육청이 하는 G스포츠클럽 정책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테니스·배드민턴으로 시작으로 지금은 검도·수영·컬링·배구 등 6개 종목으로 확대됐다.”

-체육 정책에 예산을 쓰는 데 비판하는 사람은 없나.

“의정부는 일반 예산 대비 복지 예산 비율이 국내 지자체 중 1위다. 스포츠 정책에 대한 주민 호응도 좋다. 나는 스포츠를 사회 복지로 본다. 그래서 체육 예산을 크게 늘렸고 앞으로도 더욱 늘릴 것이다. 한정된 예산을 쓰는 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다. 나는 체육을 선택해 집중하고 있다.”

-체육을 너무 복지로만 보면 민간 영역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

“복지는 대중이 필요로 한다. 체육에서 복지라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공공 영역에서 제공하자는 것이다. 수영장 등 대형 시설은 개인이 짓기 어렵다. 대중이 원하는 만큼 큰돈이 들어가도 해야 한다.”

-내년 1월이면 지자체장이 체육회장을 할 수 없는 법률이 시행된다.

“체육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민간 영역이 체육에 대해 자율성을 갖고 비정치적으로 운영해 보자는 취지다. 체육은 종교·교육과 함께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반드시 지원해야 할 분야다. 체육회장이 지자체장이 싫어하는 사람이 됐다고 체육 예산을 줄이는 것은 주민 건강 증진을 가로 막는 나쁜 짓이다. 내년 1월 의정부 체육시장이 누가 되든 나는 체육 분야를 계속해서 적극 지원하겠다.”

-바둑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둑은 두뇌 스포츠다. 의정부시가 전통적인 스포츠에다가 바둑 같은 두뇌 스포츠를 더한다면 명실상부한 스포츠 도시가 될 것이다. 의정부시는 지금 한국기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고 잘 되기를 기대한다. 이후에는 e스포츠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고 싶다.”

-체육을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다른 지자체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체육은 생명과 관련된 것이다. 삶의 기쁨과 건강을 얻는 데 가장 중요한 분야다. 돈이 부족해도 해야 한다. 나도 시장을 세 번 하면서 철이 들었다. 체육 정책은 지자체장이 해야 하는 공적인 임무라는 사실을 느낀 것이다. 체육을 통해 표를 모으려는 정치적인 욕심을 버리고 시민 건강과 행복만 생각하라고 권면하고 싶다.”

-마지막 시장 임기다. 체육 분야에서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의정부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수영장 6레인 이상을 갖춘 종합스포츠몰 4곳을 구축하고 싶다. 3개는 개발이 확정됐고 1개는 추진 중이다. 땅값을 제외하고도 한 곳당 200억~300억 원이라는 큰돈이 들어간다. 시민들이 집에서 10~20분 이동해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 있는 스포츠몰을 짓는 것, 그게 마지막 바람이다.”

■안병용 의정부 시장은 누구

안병용 의정부 시장(63)은 충청북도 충주 출신이다.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상경해 청계천 판자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울수도중학교, 배명고등학교를 나왔다. 중앙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고 동국대학교에서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1년 동안 신흥대학교(현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경기도 경기북부발전위원회 위원장, 경기북부발전 시민 포럼 공동의장, 경기도 민선 2대 도지사 인수위원회 위원장, 의정부시 21세기 발전위원회 행정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 민선 5기 의정부 시장에 뽑혀 현재 마지막 3선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도 맡았다. 테니스와 바둑을 좋아하며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한다. 자녀는 아들 하나, 딸 하나다. 존경하는 인물은 백범 김구, 다산 정약용이다. 술과 담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음식 중에는 칼국수를 가장 좋아한다. 종교는 천주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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