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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선택은 ‘잔류’ 뿐인데…4년과 6년 사이, 길어지는 FA계약

LG 트윈스 오지환.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세 번의 만남이 있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서는 좀처럼 줄어들기 어려운 입장 차만 확인했다. 마지막 만남은 지난달 19일이었다.

LG 차명석 단장은 “기분좋게 계약해서 선수가 시즌을 준비하도록 만드는게 구단의 욕심인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금은 에이전트의 연락을 기다리고만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팀 내 주요 자유계약선수(FA)인 오지환(29)과의 협상이 쉽지 않아서다.

LG의 바람과는 달리 해를 넘겨 계약할 가능성도 보인다. 시간이 많지 않다. 차 단장이 오는 7일 스프링캠프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로 출장을 떠나면서 협상공백이 생긴다. 연말에는 구단들의 업무가 중단된다. 결국은 KIA와 협상 중인 안치홍, 김선빈 등 또래 FA 내야수들간 몸값 자존심 경쟁으로 이어질 듯하다. 누구 한 명의 계약 소식이 도화선이 될 수 있다.

LG와 오지환의 협상은 계약 기간부터 이견이 적지 않다. LG는 4년, 오지환측은 6년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몸값의 차이도 크다. 오지환의 입장은 분명하다. 팀의 기여도가 큰 젊은 주전 유격수로 가치에 지난해 최정(SK)처럼 6년 계약을 통해 2009년 LG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해서 ‘원 클럽 맨’으로 뛰는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 FA 6년 계약은 역대로 두 명 뿐이다.

사실 협상에서 유·불리로 따지자면 오지환의 상황이 좋지 않다. 오지환은 타 구단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해 구단을 압박하기 어렵다. 선택지는 ‘잔류’ 하나 뿐이다. 또 오지환은 팀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지만, 수비 안정감과 기복이 큰 타격 탓에 엇갈리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KBO리그에서 오지환급의 팀 내 주축선수가 FA 자격을 얻으면 협상에서 ‘갑’의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다. 구단들은 외부 관심이 없더라도 선수 사기가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계약하고자 한다. 차 단장도 처음부터 오지환에 대한 협상 원칙으로 “타 팀의 영입 대상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 충분한 프랜차이즈 선수 대우를 해줄 것”이라고 말해왔다.

LG 트윈스 오지환이 지난해 5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4회초 뭇 1,2루 호잉의 유격수 앞 땅볼을 실책으로 놓치고 만루를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2016시즌 통합 우승의 주축으로 활약한 뒤 FA로 두산에 잔류한 유격수 김재호의 4년 50억원 계약이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와는 다르게 차가워진 FA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좋은 대우라는 시선도 많았다. 그런데 오지환은 여기에 연평균 금액이 더 큰 다년 계약 카드까지 빼든 듯하다. 구단 안팎 분위기를 살피면, LG로서는 일단 최선의 오퍼를 넣은 분위기다. 금액차를 조금 좁힐 여지가 있지만, 6년 계약을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다. 오지환측은 아직 답이 없다. 야구계 관계자는 “아직 젊은 오지환이 현재의 가치를 유지한다면 4년 뒤에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며 무리한 6년 계약 고수 전략에 물음표를 달기도 했다.

차 단장은 “FA가 일생의 기회인데, 돈을 더 많이 받고자 하는 선수 마음을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만나야 협상도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상은 ‘인내’다. 4년과 6년 계약 사이에서 LG와 오지환의 줄다리기도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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