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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TV연구소]일본 AV 배우들, 왜 한국 유튜브행?

日 AV배우 시미즈켄이 출연한 국내 게임 광고의 한 장면.

“저 일본 사람은 누군데, 광고에 나오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 다는 ‘음지 셀렙’ 시미즈 켄이다. 그는 ‘심익현’이라는 팬들이 붙여준 한국어 애칭도 존재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외국 연예인인가 싶지만 그는 일본 AV(성인 비디오)업계를 주름잡는 대표 남자배우로 국내 20, 30대 젊은 남자들에게는 이미 유명인사다.

그가 지난 2월부터 한국인을 대상으로한 유튜브 채널 ‘시미켄TV’를 개설했다. 채널 오픈 하루 만에 구독자 5만 명을 돌파했고 현재 57만 명을 넘어섰다(12월5일 기준). 인기와 화제성에 힘입어 그는 각종 게임 광고를 섭렵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건강 케어 제품까지 출시하는 상황에 이른 것.

‘시미켄TV’는 하나의 성공 사례가 되어 국내에 ‘음지 인지도’를 가진 일본 AV 여자배우들도 하나둘 유튜브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츠보미(구독자 4만 7,000명), 오구라 유나(27만 명), 미히로 메구리(19만 7000명)등이 ‘공식한국유튜브’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자막을 달며 국내 시청자를 대상으로 ‘성교육’ ‘먹방’ ‘여행’ 등 여러 장르의 콘텐츠 만들고 있다.

한국 구독자를 대상으로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日 AV배우들. 사진 유튜브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현행법상 높은 성적 수위와 노출이 담긴 일본 AV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작과 유통이 이뤄지는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즉 국내 일본 AV의 유통은 100% 불법적인 경로로 소비되고 있다. 그럼에도 콘텐츠의 주체들인 AV 배우들은 다수의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리며 오프라인 팬미팅 개최는 물론 게임 등 광고계도 섭렵 중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동안 AV영상을 공짜로 봐온 것이 미안해서 모두 ‘구독’과 ‘좋아요’를 눌렀다. 그간 정과 의리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나름의 당위성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런 배우들이 게임 광고 모델로 진출하는 이유는 AV와 게임을 소비하는 성별과 연령층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 다운로드로 몰래 보던 배우들이 TV나 버스 광고 같은 공적 미디어에 나오면서 광고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들 유튜브 콘텐츠에는 전문화된 한국어 자막이나 한국인 진행자, 통역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국내 MCN(멀티 채널네트워크) 업체의 손길이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시미즈켄은 자신의 채널을 통해 “한국에서 내가 유명하다는 걸 알고 광고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고 그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본 AV배우들은 비디오 판매 수익을 낼 수 없는 한국 시장에 어떤 기대를 걸고 뛰어드는 걸까?

재일본 저널리스트 김민정은 “일본의 AV 시장은 ‘노예 계약’ ‘여성 착취’가 문제시 되면서 그 수요가 줄고 있다. 게다가 ‘초식남 시대’라 더욱 불경기다. 10년 전만 해도 4,000억엔에서 5,000억엔으로 추정되는 시장규모가 지금은 500억 엔으로 10배 줄었다”며 “인지도나 호감도 면에서 볼 때 한국처럼 번듯한 광고를 찍는 것은 일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한다. 결국 그들이 볼 때 한국은 유튜브를 통한 수익은 물론 팬미팅, 광고 부수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된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관련 문제인식은 일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시미켄TV’에 부정적 댓글을 달거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일본 AV 배우의 한국 광고를 금지해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성적 왜곡들이 담긴 불법 영상 출연자들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매체에 노출되는 것, 이것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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