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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ML 도전’ 두산 김재환의 믿는 구석과 걸림돌

두산 김재환. 이석우 기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김광현(31·SK)에 이어 타자 김재환(31·두산)까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프로야구 두산은 5일 김재환에 대한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입찰) 공시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KBO는 이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김재환을 리그 30개 구단에 포스팅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 절차가 끝나면 김재환은 각 구단들과 30일간 협상을 벌이게 된다. 김재환은 지난달 28일 포스팅 공시된 김광현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다.

김재환의 미국 진출 도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두산과 김재환의 국내 에이전트사 스포티즌에 따르면, 김재환은 2019 ‘프리미어12’에 다녀온 뒤 에이전트와 함께 두산 구단을 찾아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다. 김재환은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품고 있었으나 두산에는 이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왔다.

그러나 한국 야구 대표팀이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에 진출하면서 김재환이 ‘KBO리그 등록일수 60일’을 보상받게 됐고, 메이저리그 포스팅이 가능한 자격 요건(등록일수 145일 이상 7시즌)을 달성하면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김재환은 두산의 중심타자로 거듭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동안 모두 134경기 이상 출전했다. 2008년과 2015년 등록일수를 합쳐 1시즌을 추가로 인정받았고, 2014년과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때 보상으로 받은 등록일수 25일을 합해 풀타임 한 시즌을 더 충족했다. 여기에 올해 60일과 2011~2012년 등록일수를 합해 추가로 한 시즌을 채워 7시즌을 채웠다.

두산은 팀의 중심타자의 갑작스런 도전 선언에 당황했으나 논의 끝에 김재환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김재환의 도전 의지가 워낙 강해 도전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두산이 김재환이 중심타자로 자리 잡은 최근 5년간 세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기에 ‘우승을 위해 남아달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도 없었다.

김재환은 미국 에이전트사인 CAA스포츠에게 포스팅 협상을 맡길 예정이다. CAA스포츠는 2017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진행했고,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루카스 지올리토(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정상급 선수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국 진출 여부는 김재환이 얼마나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느냐에 달렸다. 김재환은 지난해 홈런(44개) 및 타점(133타점) 1위를 차지하며 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됐지만, 올해는 타율 0.283, 15홈런 91타점으로 부진했다.

두산의 주전 좌익수이지만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점도 미국 진출에 걸림돌이다. 대표팀에서는 주로 지명타자로 뛰었다. 그러나 스포티즌 관계자는 “김재환의 스윙궤적을 비롯한 타격 메커니즘, 공격적인 타격 접근법이나 수싸움 등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요소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김재환이 평소 메이저리거들의 타격 영상 등을 찾아보며 연구를 해왔고, 그만큼 선수 본인의 미국 진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도 미국 진출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스포티즌 관계자는 “물론 미국 팀이 얼마만큼의 계약 규모를 제시하고, 이를 두산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선수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헐값이 아니라면 미국 무대를 밟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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