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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죄책감, 그 끈질긴 ‘호흡’

영화 ‘호흡’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영화사 그램.

■편파적인 한줄평 : 지독할 정도로 예리하다.

“당신 마음 편하려고 ‘미안하다’ 한 거잖아요.”

인간의 죄책감을 꿰뚫어보는 영화가 나타났다. 그리곤 끈질기게 인간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윤지혜와 김대건이 호흡을 맞춘 영화 ‘호흡’(감독 권만기)이다.

‘호흡’은 돈 때문에 유괴에 가담한 ‘정주’(윤지혜)가 죄책감에 눌려살다가 12년 후 성인이 된 피해 아동 ‘민구’(김대건)와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범죄를 저지른 이후 피폐하게 살아온 가해자와 트라우마·외로움으로 똘똘 뭉친 피해자가 우연히 다시 만나면서 조금씩 균열이 가는 일상을 러닝타임 104분 안에 녹여낸다.

인간의 죄책감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독하게 예리하다. 유괴한 아이를 돌려주면 끝날 거라던 정주는 여전히 죄책감에 시달리며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결국 공모한 남편과도 갈라선다. 모든 게 다 바닥을 치지만 마음을 추스릴 여유는 없다. 기존 작품들이 가해자를 악랄하게만 그리는 것과 다른 신선한 결이다.

피해자인 ‘민구’도 다르지 않다. 당시 공포감은 트라우마로 변해 분노와 증오심 가득한 ‘어른’으로 자라게 한다. 엄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자존감을 죽인 또 하나의 요소다. 전사를 층층이 잘 쌓은 두 인물이 극적으로 만나니 스크린 안에서도 스파크가 팍 튄다. 촘촘히 묘사된 악연의 실타래를 보고 있노라면 침을 꼴깍 삼킬 정도다. 둘의 만남 이후부터 몰입도에 더욱 불이 붙는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수확은 ‘김대건의 발견’이다. 투박한 얼굴로 섬세한 감정까지 표현하며 보는 이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신예다운 풋풋한 매력도 살아있다. 또한 세련된 이미지를 벗고 건조한 얼굴로 열연을 펼친 윤지혜도 강력한 힘으로 극의 중심을 이끈다.

다만 아쉬운 건 결말이다. 작품 곳곳에 현실성을 잔뜩 깔아놓다가 갑자기 작위적으로 돌변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여운과 의미 모두 잡기 위한 연출이라지만, 보는 이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오는 19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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