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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분석] 가요계 멍드는 ‘사재기 논란’, 해결책은 실시간 차트 폐지?

음원사이트 지니뮤직의 실시간 차트 그래프(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사진 경향DB

12월 가요계에서 ‘음원 사재기’ 논란은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다.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시작했고, 결국 실명이 거론된 가수들의 고소전이 잇따랐다.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가 차트에 오르면 덮어놓고 사재기를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들까지 시상식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비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에서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폐지가 사재기 논란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의 윤동환 부회장은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댓글 실명제/실시간 차트 폐지/ 실시간 검색어 폐지)조작과 불법, 살인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막아주세요”라는 글의 청원글을 올렸다. 가요계 불신을 조장하는 음원 사재기는 결국 각종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해야 수익이 난다는 가정에서 비롯됐고, 이 조바심의 근간에는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음원차트의 실시간 순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글은 12일 오후 4시 현재 2745명의 동의를 얻었다. 윤 부회장은 청원글에서 “수많은 가수와 관계자들이 노력으로 일궈낸 K팝 시장이 온갖 조작으로 인해 이제는 창피한 나라가 되고 있다”며 “수억을 들여 페이스북 및 SNS 마케팅을 하고 해킹 프로그램으로 스트리밍을 조작해 순위를 올려 상을 받는다”면서 몇몇 업체가 해킹 프로그램과 돈으로 조작된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원사이트 스스로 조작행위를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실시간 차트 폐지를 청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음원 사재기’ 관련 실시간 차트 폐지 청원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실시간 차트는 국내 음원차트 모두가 실시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사이트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한 시간 별로 가장 스트리밍 횟수가 많은 음원의 순위를 100위까지 노출하고 있다. 한 시간 별로 갱신이 되던 순위는 최근은 그 범위가 계속 좁아져 1위에서 3위의 경우는 5분 단위로 바꾸는 음원순위가 게재되고 있고, 심지어 미래를 예상하는 예상 순위도 올라온다. 거의 대부분의 가수들이 새로 발매되는 앨범의 성과를 음원 실시간 차트 ‘차트인(실시간 순위 100위권에 진입하는 일)’로 꼽는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음원사이트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규제를 통해 부정적인 영향의 확산을 막아왔다. 대표적인 것이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이라 불리는 집계중단인데 대중의 음원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의 시간에 실시간 차트 집계 공표를 막는 방식이다. 이 시간대가 주로 거대 팬덤의 가수나 실시간 차트 깜짝 1위로 마케팅 포인트를 얻으려는 마케팅 업자들의 터전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오전 1시 차트 진입을 막지 못하면 아침까지 프리징 차트의 다음 날 음원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맹점도 발견됐다.

과거 논란이 됐던 ‘공장 스밍(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이 바이럴 마케팅을 통한 음원 홍보로 세분화되면서 이에 대한 위법성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결국 대중들은 음원차트 100위권의 곡들만 소비하는 현실에서 SNS를 통해 동일한 노래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순위를 올리는 방식이 통하고, 이 위법성이 논란이 되면서 ‘사재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실시간 차트 폐지의 권한이 음원사업자들에게 각각 달려있어 해결책이 요원하다. 거의 모든 음원사이트들은 실시간 차트를 통해 사용자의 유입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실시간 차트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그리고 기타 요소집계를 합한 종합차트를 운영하며 실시간 차트를 메인페이지에 노출하지 않는다던가, 실시간 차트의 순위산정 기준을 공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도 업계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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