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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다사’ 박영선 “이혼 후 굳었던 심장이 말랑해지고 있어요”

90년대 런웨이를 주름잡던 톱모델 박영선이 돌아왔다. 은퇴 20년만이다. 그는 MBN 예능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 출연하며 인생 3막 런웨이 위를 걷고 있다.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90년대 ‘모델 출신 배우 1호’ 박영선이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그가 ‘돌아온 싱글’ 사랑찾기, MBN 예능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다사’)를 통해 솔직하고 엉뚱 매력을 뽐내고 있다. 런웨이 카리스마로 대중들에 큰 사랑을 받다 돌연 미국 유학 그리고 결혼 후 자취를 감췄던 박영선. 그가 “과거 영광 다 잊고 신인으로 새출발하겠다”며 모델, 배우 그리고 예능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박영선은 ‘우다사’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처음에는 망설였다. 이혼 경력이 감출 건 아니지만 내세기도 어려운 개인사이기 때문이다.

“이혼한 후 제게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그저 일만 하고 살아야지, 했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기운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온 후 주로 모델 일을 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방송계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도전했죠.”

예능이지만 제작진이 마련한 소개팅에 실제로 참여해야 하는 설정.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에게는 말하기 껄끄럽기도 했다.

“아들에게 ‘엄마, 남자친구 만나도 돼?’라고 물었더니 ‘응 만나. 엄마도 엄마의 삶을 즐기고 행복해져야지’라고 쿨하게 대답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미국에서 자라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요즘 아들하고 동영상 통화로 일터를 보여주곤 해요. 서로 친구처럼 응원하는 모자가 됐어요.”

‘우다사’에서 소개팅 남 봉영식씨와 초스피드 애프터 만남으로 춘천으로 데이트를 떠난 모델 박영선. MBN 제공

박영선의 소개팅 상대인 봉영식 교수는 예능을 자연스레 이끌어주는 센스 있는 사람이다.

“연애는 어색하고 서툴어요. 사실 저는 털털하고 ‘밀당(밀고 당기기)’도 못 하는 여자의 탈을 쓴 남자예요. 근데 봉영식씨가 타고난 예능 센스가 있으시더라고요. 그분이 연예인이고 제가 비연예인 같아요(웃음). 녹화할 때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박영선은 봉영식씨가 마음에 드는 상대지만 실제 연애로 발전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30대였다면 쉽게 마음의 문을 열었겠지만 저는 동굴에 갇혀 살며 어느새 50대가 됐고 아들도 있으니 쉽지 않아요. 조금씩 알아가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 딱딱했던 심장이 조금씩 말랑해지고 있어요.(웃음)”

故 앙드레김의 무대 피날레는 늘 박영선의 몫이었을 만큼 그는 90년대 런웨이를 주름잡는 톱모델이었다. 누군가는 “5년만 더 일찍 나오지, 도와줄 사람들은 이제 현역에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늦은 복귀는 아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남편과는 문화적, 성격적 차이가 너무 컸어요. 아들을 낳았지만 그때부터 부부싸움이 시작됐죠. 아이를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아이 혼자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엄마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늦었다고 후회는 없어요. 제 인생에 가장 큰 힘을 주는 건 아들이니까요. 저는 이제 일이든 사랑이든 출발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늦은 거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싶어요.”

과거의 영광은 잊었다. 모델로 복귀한 후 무너진 위킹 때문에 아카데미를 찾아 다시 배웠다. 모델로 설 수 있다면 작은 무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카데미 선생님이 ‘그냥 하면 되지 뭘 다시 배우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이대로 가면 계속 창피할 것 같았어요. 처음 잠깐 창피하고 제대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못 다 이룬 꿈, 배우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는 올 초 SBS ‘빅이슈’에서 카메오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현재 두 작품 정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제가 나온 드라마를 보니 발음이나 발성이 부족한 것 같아 요즘 교정 중이에요. 과거에는 대본 파악도 안 하고 인형처럼 연기했어요. 10년 넘은 공백, 인생 경험도 겪었고 다양한 캐릭터에 제 감정을 녹여내고 싶어요. 손해도 많았던 나날이지만 얻은 것도 많은 시간이었거든요. 과거의 영광은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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