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경X연말정산] 2019 가요계 결산, 부정-불안-불신 3불(不)로 흔들린 가요계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지난 3월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두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왼쪽은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맴버 승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같은 날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아홉수’란 말이 정녕 있는 걸까. 늘 연말 ‘한 해가 다사다난하다’는 말을 쓰지만 올해 가요계는 정말 그러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독 좋지 않은 일로만 기록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 한 해 한국 가요계는 ‘3불(3不) 시대’로 흔들렸다.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연이어 이어진 ‘부정(不正)’, 극단적인 일들로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불안(不安)’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不信)’이었다.

물론 좋은 일도 다루고 안 좋은 일도 다뤄야하는 것이 연말결산의 취지이지만, 올해처럼 가요계 전체의 대오각성 뿐 아니라 한국 가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경각심이 필요한 때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들춰보면 아프고 아픈 기억이지만 더욱 밝은 새해를 위해 모든 어두움은 낱낱이 그 과정을 비추고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유례없이 안 좋은 일로만 구성하는 가요계 연말결산의 이유다.

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8월29일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 부정(不正)

가수들의 이름과 가요 관계자들의 이름이 유독 뉴스 사회부문에 많이 오르내렸던 한 해였다. 시작은 연 초에 불거진 ‘버닝썬 사태’부터였다. 지난해 11월 불거진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이 사건 수사와는 별개로 수상한 점들이 포착되면서 사건은 ‘게이트’ 수준으로 번졌다.

우선 클럽의 실소유주로 의심받았던 당시 그룹 빅뱅 멤버 승리의 성매매 알선 및 성접대 의혹이 2월 불거졌고, 이는 그와 친한 사이였던 가수 정준영은 불법 촬영 동영상 공유사건으로 3월 번졌다. 정준영과 연관이 있었던 여러 인물이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았으며 그와 별개로 승리를 중심으로 그의 전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전 대표도 성접대와 해외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승리’라는 키워드는 2019년 연예계 대형악재의 뇌관으로 작용했다.

故 구하라의 빈소가 마련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내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승리는 결국 이 사건으로 그룹에서 탈퇴하고 연예계를 은퇴했으며, 양현석 전 대표 역시 회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정준영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샀던 FT아일랜드 최종훈, 씨엔블루 이종현이 팀을 탈퇴했다. 또한 관련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하이라이트 용준형이 팀을 떠났고, 로이킴과 에디킴 역시도 비난을 받았다.

■ 불안(不安)

K팝의 팬들이 그들이 우상이 어떤 일을 할 지 몰라 불안했던 한 해였다. 하반기 대한민국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가수 겸 배우 故 설리와 구하라의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10월과 11월 이어진 비보에 국내 팬 뿐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는 해외 팬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더불어 이들의 사망 원인으로서 통제되지 않는 악성댓글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연예뉴스에 한해 댓글 작성을 막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더불어 포털 실명제나 처벌강화 등에 관한 법조계의 공방도 가열됐다. 또한 배우 전미선, 가수 우혜미, 배우 차인하도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의 곁을 떠났다.

지난 10월14일 사망한 채로 자택에서 발견된 가수 겸 배우 故 설리. 사진 연합뉴스

정상급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와 그룹 JYJ 출신 박유천의 추락 역시 올해 연예계의 어둠이었다. 나란히 마약 혐의를 받았던 이들은 팀에서 탈퇴하고 소속사와의 계약도 해지했다. 특히 박유천의 경우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주장했지만 나중에 이 역시도 거짓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 불신(不信)

가요계를 구성하는 구성원끼리의 신뢰는 더 이상 그 나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추락한 한 해였다. 2010년대 중반 이후 K팝의 지평을 새롭게 구축한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의 몰락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지난 7월 막을 내린 네 번째 시즌 ‘프로듀스X101’ 최종 경연 이후 K팝 팬들을 중심으로 생방송 투표수가 일정한 간격을 보인다는 의문이 제기됐고,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사건은 경찰의 수사 결과 제작진의 ‘비위’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연출자 안준영PD와 김용범CP(책임 프로듀서), 수 개의 기획사 간부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앞선 세 개의 시즌 모두 제작진의 조작이 관여됐다고 판단해 충격은 더욱 컸다.

엠넷(Mnet) ‘프로듀스X 101’ 안준영 PD와 관계자들이 생방송 투표 조작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뒤 지난 11월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음원 사재기’로 대표되는 불신의 골 역시 깊었다. 흔히 무명 가수들의 역주행 현상으로 지난해에도 문제가 됐던 ‘음원 사재기’ 의혹은 올해 그룹 블락비 출신 박경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송전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바이브와 송하예, 임재현 등 현역 가수들의 이름이 대거 거론됐다. 수사기관도 아직 정확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면서 불신만 깊어졌다.

24년 전 사건이지만 현재에 다시 살아나 논란이 된 사건도 있었다. 1995년 사망한 그룹 듀스의 멤버 故 김성재의 사망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취재에 나서면서 다시 화제가 됐지만 피의자였던 전 여자친구 ㄱ씨의 두 차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모두 인용되면서 대중의 의구심을 샀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